봄기운이 대지에 가득하니 몸과 마음이 들썩들썩한다. 대지의 풋풋한 봄향기가 온 몸으로 전달되고 묵었던 세포가 하나씩 살아나는 듯싶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나는 도시의 봄꽃나무가 춘흥을 보태어 절로 발길을 산으로 들로 떠나게 만든다. 봄이다.

봄이 아니어도 우리나라에 등산인구가 많은 것은 유명하다. 게다가 히말라야라도 오를 듯한 울긋불긋 등산패션에 세계의 아웃도어 회사에서도 놀란다는 이야기는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일부 고가의 옷으로 생기는 부작용도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여가와 건강을 위해 산뜻한 모습으로 땀흘리며 산에 오르는 일은 건전하고 건강한 일임에 틀림없다. 산이 없었던들, 이 시대의 힘겨운 세대는 어떻게 정신과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겠나 싶다.

오래전 삶의 터전이던 숲은 목재를 생산하는 곳이 되었고, 나아가 나라의 미래가 담긴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제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깨닿지 못하고 있은 것이 있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숲이 있고, 언제나 오를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행운인지 말이다. 세계의 그 어떤 나라의 국민도 우리처럼 도시의 문명을 향유하다 문득 마음을 먹으면 물병 하나 가지고 걸어서 혹은 지하철을 타고 발걸음을 산으로 옮길 수 있는 행복한 땅에 살고 있지 않다.

나라에 따라서는 산을 한 번 보기 위해 몇 시간씩 달려가야 하고, 산이 있어도 덩굴로 엉클어져 오를 수 없거나 황폐돼버려 오르고 싶지 않은 재해의 온상인 산을 가진 나라가 지천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땅의 온 국민이 어디서나 찾아갈 수 있는 울창하고 쾌적한 산은 절로 된 것이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나무의 초록이 아닌 맨땅이 드러난 우리의 민둥산을 부끄러워하던 기억을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나무도 없이 흙이 흘러내리던 북녘의 산들처럼 말이다. 그러한 척박한 산에 흙을 다듬고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었으며 이를 열심히 지키고 가꾸어 오늘의 아름답고 쾌적한 숲으로 만든 것은 많은 이의 숨은 뜻과 노력의 결과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싱그럽고 울창한 숲을 거닐며 감사해야 옳다.

간혹 이제 선진국의 풍모에 걸맞은 푸른 산야를 만들고 나니 쓸모없는 나무 등을 운운하며 불평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부터 할 일이다. 산에 나무 심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가야 하는 시점에 있다.

우리 산을 푸르게 만드는 일에 일단 성공했으니 이제 각각의 나무가 갖는 특색과 기능을 살려 숲이 미래 자원의 보관처로, 국민복지의 공간으로 적절하게 거듭나도록 적절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진짜 나무심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곧 68회 식목일이 다가온다. 나라에, 나아가 지구에 빚지지 않고 살고 싶다면 한 그루 나무라도 심어보자. 산에 심지 못할 처지라면 마당에라도, 그도 아니라면 마음에라도 심으며 묵묵히 숲과 더불어 일하는 분들께 지지와 격려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