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5회> 바람에맞서는 법(4)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시후호 주위에 길게 도열한 머신 한쪽 끝자락에는 N-Dos 단에서 잠입시킨 특공대원이 몰게 될 검은 머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요르단 국적 선수로 등록된 그의 머신은 어디에서 생산된 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차량이었다. 이름은 ‘블랙 이글스’.
고비사막 한 가운데에서 거성그룹의 대표 드라이버를 은밀히 해치운 뒤에, 노스 코리아에서는 머신을 이탈하여 후밍 박사에게 접근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었다. 후밍 박사에게 접근하는 이유도 역시 암살을 위해서였다.
“거성의 대표 드라이버와 후밍 박사를 처단하고 돌아오면 그대는 민족의 영웅대접을 받게 될 것이야. 거성에서 에어뮬 개발을 포기하는 날, 내 모자에는 드디어 별이 달리겠지. 물론 대령 계급장은 그대에게 물려줄 것이고!”
“저는 이미 민족을 위해 목숨을 포기했습니다. 후밍 박사를 끌어안고 자살폭탄의 스위치를 누르겠습니다.”
“웬만하면 살아서 돌아오도록!”
“자살폭탄이 아니고는 노스 코리아 당국의 보호막을 뚫을 수 없습니다.”
“고맙군. 그럼 잘 가게. 저승에서 기쁘게 만나세.”
N-Dos 단의 밀명을 받고 떠나오던 날, 두목인 대령과 나눈 대화를 그는 시 구절처럼 암송하며 다니는 중이었다. 모르긴 해도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개마고원 인근에서 블랙 이글스를 폭파시키는 것이 수순일 것이었다. 그래야만 요르단 선수로 등록된 제 자신이 사망한 것으로 처리될 테니까.
“자네는 내 거사장면을 태블릿으로 확실히 촬영하도록. 촬영된 영상을 어김없이 대령님께 전달하는 것이 자네 임무일세.”
블랙 이글스 드라이버는 그 머신에 함께 동승하기 위해 따라온 코-드라이버에게 명령했다. 그 역시 20대 1의 경쟁을 뚫고 거사요원으로 선발 된 또 한명의 특공요원이었다.
“만약 남에게 들통 나면 어쩌나요?”
“자네도 태블릿을 끌어안고 자폭해야지. 촬영된 영상이 흔적도 없어지도록 말이야.”
“영상이 대령님께 전달되어야 그 영상으로 코리아 거성그룹을 위협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에어뮬 개발의 의지를 꺾어놓기 위해서 말입니다.”
“영상은 잃어도 거사가 우리 N-Dos 단의 소행이란 것은 철저히 숨길 수 있지. 우리 목숨 따위는 사라져도 N-Dos여 영원하라!”
“N-Dos여 영원하라!, 글로리 N-Dos”
그들은 만화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유치한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심각하고도 진지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라도 즉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복부에 자살폭탄을 두르면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혹시 여러분들은 군인시절 훈련 중에, 수류탄을 들고 있던 기억이 남아 있는지? 자칫하면 몸뚱이가 산산조각 날 것이란 공포감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어차피 유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고? 결국 인생이란…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면 유치할 뿐이었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랠리 시작을 하루 남겨놓고…중국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 시후호 인근에는 높은 습도와 심한 일교차가 이어지는 전형적인 날씨를 보이고 있었다. 항저우 만에 인접한 해안지역 특유의 날씨였다.
동지나해로 통하는 어귀인 항저우 만은 그 폭이 제주도 면적의 두 배에 이를 만큼 넓었다. 광활한 바다로 이어지는 항저우 만의 물빛은 그러나 유난히 푸르렀다.
“파이팅, 우리 기쁘게 죽자.”
습기로 인해 축축해진 자살폭탄을 어루만지며 그들은 힘차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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