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의 사별 ‘송 포 유’ 노부부性 다룬 ‘호프 스프링스’ 삶에 대한 경외 표현한 ‘아무르’

오늘 한끼가, 지금의 입맞춤이 누구에게나 마지막 순간일수도 노년과 청춘은 삶의 일부일 뿐…

노년의 한 부부가 있다. 하루하루 쇠약해지는 몸. 아내는 이미 휠체어에 의지한 지 오래다. 여느 날 밤처럼 나란히 눕는다. 그런데 깜빡 잊은 습관이 있다. ‘굿나잇 키스’다. 부인이 말한다.

“키스해 줘요. 나한테는 내일이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나이가 들었다는 것, 이미 늙었다는 것은 오늘의 밥 한 끼가, 지금의 입맞춤이, 이 순간의 고백이 늘 생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산다는 것일까?

최근 노년의 삶을 다룬 영화가 잇따르고 있다. 그중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송 포 유’(감독 폴 앤드류 윌리엄스)는 ‘노인합창단’과 그 일원인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아내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은 남편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노인합창단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며 합창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시한부 암선고를 받고도 악보를 접지 않고, 휠체어에 앉아서도 단원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춤춘다. 남편 아서는 평생 아들과 불화하며 무표정으로 살아온, 무뚝뚝하고 괴팍한 성격의 노인이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만은 지극하다. 나이를 잊고 개구쟁이처럼 살아가는 합창단 단원들도 눈뜨고 못 봐줄 정도로 못마땅하고, 몸이 쇠약한 아내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더욱 싫지만, 부부애 하나로 ‘마나님’을 매일 연습장에 ‘모시고’ 나간다. 그러던 중 합창대회를 앞두고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남편은 그 뒤를 이어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는 내용. 대단한 우여곡절은 없지만 세상의 가장 큰 슬픔이라는 ‘배우자와의 사별’ 심경을 가슴 저미게 그려내고, 유쾌한 노래와 웃음으로 위로한 이 작품에서 노인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중 하나는 1990년대 힙합댄스곡인 ‘렛츠 토크 어바웃 섹스(Let’s talk about sex)’다.

노래처럼 ‘섹스 라이프’에 대해 말해 볼까. 메릴 스트립과 토미 리 존스가 주연한 영화 ‘호프 스프링스’(감독 데이빗 프랭클)는 ‘노부부의 성’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각방을 쓴 지 오래. 아내의 밤화장이 두려운 남편과 뭘 해도 남편이 꼴불견인 아내. 결혼생활에 위기를 느낀 60대 남편과 50대 아내는 부부 클리닉의 1주 치유 프로그램을 찾는다. 마음의 거리를 보여주듯 상담실의 쇼파 양끝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부부에게 의사가 돌직구를 던진다.

“각방 생활은 언제부터였습니까?” “마지막 섹스는 몇 년 전이었죠?” “그때의 체위와 기분은 어땠습니까?” “당신의 성적 환상은 무엇입니까?”

첫날 과제부터 쉽지 않다.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저 꼭 안고 나란히 누워자기일 뿐인데 쉽지 않다. 큰맘 먹고 상대의 어깨에 한 팔을 두르면 다른 팔은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시선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다리는 어디쯤에 놔야 할지 곤혹스럽다. 그러나 부부가 정작 마주하기 어려웠던 것은 단지 말라 비틀린 고목 같은 섹스 라이프가 아니라 서로에게 주고 받았던 상처, 잊은 지 오래인 동반의 행복이었는지도 모른다. ‘호프 스프링스’는 섹스를 화두로 부부생활의 다양한 면모를 깊이 있고 재치있게 보여주는 영화다. “부부는 가족, 가족끼리 무슨…”을 술자리 안주처럼 입에 달고 사는 대한민국의 남편들이 아내손 꼭 잡고 볼만한 작품이다.

부부, 백년해로를 맹세한 ‘동반의 길’, 그 마지막은 늘 헤어짐이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하루하루 온몸이 마비되며 죽음을 향해 가는 아내와 그를 뒷바라지하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최후를 지켜봐야 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에서 부부는 애정과 친밀감을 넘어, 서로의 존엄한 삶에 대한 증명이다. 영화 속 노부부의 마지막 선택은 서로에 대한 최후의 배려이자 이승에서 살았던 시간에 대한 경외의 표현이다. 더스틴 호프먼이 감독한 영화 ‘콰르텟’에서 과거의 영화(榮華)를 잊지 못해 다시는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노 성악가, 옛 오페라 스타에게는 배우자가 아니라 노래가 자신의 살아온 시간에 대한 존엄한 증거일 것이다.

결국 영화 속의 노인과 노부부들은 ‘과거’를 사는 것도 아니고 ‘노년’을 보내는 것도 아니며 다만 삶을, 현재를 누릴 뿐이다. 그리하여, 이들 영화는 노년 관객뿐 아니라 모든 청춘들에게도 이렇게 똑같은 말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키스하라, 내일 죽을 것처럼. 사랑하라,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고백하라, 다시는 못 만날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