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리개’프리뷰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이 되기에는 ‘사실’에 대한 ‘집요함’이 부족했고, 감동적인 극영화로서 정서적인 울림을 주기에는 드라마가 허술했다.
연예계 성상납이라는 뜨거운 이슈를 스크린의 전면에 내세운 영화 ‘노리개’(감독 최승호)가 오는 18일 개봉을 앞두고 공개됐으나, 논쟁적인 소재에 따른 기대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선정주의와 소재주의, 감상주의 사이에서 길을 잃은 영화는 연예계 성상납이라는 인권유린과 사회 부조리에 예각을 세우지 못하고, 온ㆍ오프라인에 또 하나의 ‘추문’을 보태는데 만족해야 했다. 우리 사회의 그늘에 과감하게 시선을 돌린 감독 및 제작진의 ‘용감함’과 진실에 대한 침묵과 왜곡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는 ‘사회적 당위성’만으로는 관객의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에 러닝타임 96분이 버거웠다.
“실제 인물, 장소, 시간과 관련없는 가공의 이야기”라는 요지의 자막으로 시작해 “영화 속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메시지로 끝나는 이 영화는 지난 2009년 자살한 여배우를 둘러싼 성상납 의혹 사건을 얼개로 하고, 이를 허구와 섞어 극영화로 재구성했다.
‘정지희’(민지현 분)라는 무명에 가까운 여배우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이를 유야무야 덮으려 하자 메이저 방송사의 해직기자인 주인공 ‘이장호’(마동석 분)가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추적해간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가 생전 소속기획사 대표와 영화 감독, 언론사 사주, 정치인 등에 의해 성적 착취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여검사 김미현(이승연 분)이 죽은 여배우가 생전에 강제로 불려나간 술자리에 동석했던 소속사 대표와 영화감독, ‘접대’를 받은 언론사 사주 등을 ‘강요 교사 및 방조’ 혐의로 기소한다. 영화는 이들을 재판하는 과정과 접대 술자리에서의 성상납 의혹, 죽은 여배우의 ‘고위층 성접대 리스트’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이 관련 실제 사건의 내막을 집요하게 영화로 불러내며 묻혀진 진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노리개’는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을 영화로 옮기는데 급급해 객석에 충격을 전달하지 못한다. 변태적인 성행위로 묘사된 ‘성접대’ 장면은 불필요하게 적나라하고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된 반면, 등장인물들의 행태와 심리는 예상했던 대로의 평면적인 전형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노리개’는 용감했지만 설익은 시도가 되고 말았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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