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 이성재에게 일요일은 함께 사는 베들링턴 테리어의 배설물을 정리하는 날이다. 배우인 그의 집은 10평 남짓한 공간에 침대, 책상, TV가 가구의 전부인 원룸이다. 노총각 배우 김광규(46)는 홈쇼핑 마니아다. 밥솥, 냉장고, 운동기구 등 가재도구는 물론 사과, 고구마 등 먹거리도 홈쇼핑채널을 통해 해결한다. 힙합가수 데프콘(36)은 기상하자마자 TV를 보며 치킨을 먹고, 오후엔 TV수상기에 콘솔게임을 연결해 혼자 즐긴다. MBC가 지난 22일 첫방송한 금요일 밤 예능 ‘나 혼자 산다’ 속의 ‘혼자남’의 모습이다.

‘나혼자 산다’는 기러기아빠, 노총각 등 혼자사는 남자의 일상을 다큐멘터리처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가수 김태원, 김광규, 이성재, 데프콘, 노홍철, 서인국 등 출연자 6명은 일요일 밤에 모여서 여자처럼 수다를 떤다. 실내소독기 파는 곳, 음식물쓰레기 냉동실에 얼리기 등 유용한 살림 정보를 나누고, 각자 불필요한 물건은 서로 교환하자고 제안한다. 이들은 서로를 ‘무지개회원’으로 부르고, 서로의 안부를 챙긴다. ‘무지개’는 일종의 1인 주거 공동체와 비슷하다.

연출자 이지선 PD는 “최근 1인 가구의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인 가구는 많은 사람들의 현재일 수도 있고 과거나 미래일 수도 있다. 현재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분들에게 좋은 삶의 지침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TV예능 뿐 아니라 영화, 가요 등 대중문화계는 ‘남자’ 이야기에 빠졌다. 극장가에선 힘의 상징 ‘주먹’의 세계, 남자들의 피보다 진한 우정을 다룬 영화 ‘신세계’와 ‘파파로티’가 선전 중이다. 두 영화는 후기 현대 산업사회 ‘남자의 종말’ 시대를 사는 우리 사회에서 차츰 멸종돼가는 남성성에 대한 향수와 남성연대의식을 자극한다.

그런가하면 예능 ‘나 혼자 산다’는 현 시대를 사는 변화된 남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이들은 탈권위주의와 가부장제의 퇴조 시대를 사는 ‘딸바보’이며, 자기를 꾸미는 데 열심이고 이성에는 관심 없는 ‘초식남’이다.

드라마, 가요에도 ‘남자’ 타이틀이 붙고 있다. 지난해 ‘적도의 남자’를 집필한 김인영 작가의 후속작이자 다음달 방송 예정인 MBC 새 수목드라마의 제목은 ‘남자가 사랑할 때(가제)’다. 사나이의 끈끈한 우정과 의리가 비중있게 그려질 예정이다.

가요계에선 인피니티의 ‘남자가 사랑할때’가 음원 차트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사랑에 빠질 땐 내 삶의 모든걸 다 주고서 단 하나 그맘만 바래”라며 사랑에 전부를 거는 남자의 마음을 노래한다.

대중문화계에서 이처럼 남자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부쩍 늘어난 이유는, 최근 1~2년 사이에 대중문화계서 새 수요층으로 떠오른 40대 남성의 부상과도 맞닿아 있다. 아버지 세대와 달리 대중문화 소비에 적극적인 요즘 남성을 TV가 끌어안기 시작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이 과거와 달리 미용이나 패션 등 자기관리에 신경을 쓰고, 돈을 쓴다. 대중문화계 전반에 남성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특히 권위적이지 않고, 아저씨인데도 귀엽거나, 여성성도 갖고 있는 등 변화의 기점에 놓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더이상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살 수 없는 사회적 구조가 되면서 ‘사회적 약자’로서의 남자의 모습이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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