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컴퓨터, TV…. 하루라도 없으면 금단현상이 오는 문명의 이기를 끊고, 아마존의 밀림으로, 산골 오지로, 고립된 공간 속으로 풍덩 빠져본다. 유용한 도구가 사라진 불편함도 잠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존중, 가족과 동료의 소중함, 나에 대한 성찰이 빈자리를 대신한다.
지난해 SBS ‘정글의 법칙’ 이후 TV 예능의 결이 바뀌고 있다. 떠들썩한 연예인 신변잡기식 수다 대신 다큐멘터리 형식을 가미해 나즈막히 삶의 정수(精髓)를 깨닫게 하는 힐링 컨셉이 새해에도 인기를 더하고 있다.
MBC가 ‘나는 가수다2’ 후속으로 선보인 ‘아빠 어디가’는 MBC 예능을 부진의 늪에서 구할 분위기다.
지난 6일 첫 방송 이후 2회 연속 전국 시청률이 7%(AGB닐슨미디어)를 넘었다. 앞서 이 시간에 종영된 ‘꿈엔들’ ‘남심여심’ ‘승부의 신’ 등의 코너 시청률이 5% 미만에 불과했던 데 비해선 대단한 선전이다.
‘아빠 어디가’는 성동일, 김성주, 이종혁, 송종국, 윤민수 등 배우와 방송인, 가수, 스포츠선수 등 유명인 아빠와 그들의 자녀가 오지에서 1박2일을 보내는 체험을 다큐 형식으로 담았다. 지난 1~2회에서 단 23가구만 사는 강원도 품걸리에서 하루를 보낸 이들은 푸세식 화장실, 부뚜막 밥짓기 등 불편함을 감내했다. 특히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은 잔잔한 웃음을 전달하며 시청자를 ‘힐링했다’. 선뜻 양보하기, 나누기, 지키기 등 아이들의 계산없는 순수한 행동은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란 명언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아들, 딸과 단둘만의 여행은 처음이라는 아빠들은 집 정하기, 밥 하기, 놀아주기, 과제 해결하기 등의 시간을 보내면서 처음엔 서툴었던 아이와 교감하는 법을 터득해간다. 부모 시청자에겐 가정 내 교육법을 되돌아보게 하는 교훈이 된다. KBS2 ‘인간의 조건’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가 호평 받아 오는 2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11시에 정규 편성됐다. 지난 1~4부에서 김준현, 김준호, 양상국, 허경환, 박성호, 정태호 등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은 스마트폰, 인터넷, 텔레비전을 금지당한 채 일주일 동안 일상을 보냈다. 무심코 휴대전화를 찾는 등 금단증세를 보이던 이들은 펜으로 전화번호 기록하기, 공중전화로 안부 묻기, TV 보기 대신 책읽기 등 아날로그 감성을 되찾는다. 기기로부터 단절된 채 고립된 이들이 깨달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은 기기가 아닌 바로 사람이다. ‘아빠 어디가’ ‘인간의 조건’은 극한의 조건에서 생존하기, 내래이션 등 여러모로SBS ‘정글의 법칙’을 연상케 한다. 2011년 10월에 첫방송한 ‘김병만 정글의 법칙’은 ‘병만족’이 정글에서 살기위해 벌레까지 집어먹는 등 사투를 벌이는 낯선 생활이 안방극장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아프리카, 적도의 마다카스카르, 브라질 아마존 등 시즌3에 여성 출연자만으로 제한한 ‘정글의 법칙W’까지 제작됐고, 오는 3월부터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한 시즌4가 전파를 탈 예정이다. SBS가 연말연초에 2부에 걸쳐 방송한 ‘땡큐’ 역시 힐링물로서 방송가에 화제가 됐다. 박찬호, 차인표, 혜민스님 등 운동선수, 배우, 종교인 등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40대의 삶을 통해 특히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중장년층에게 희망과 긍정을 선사했다.
반면 연예인의 고백과 폭로, 신변잡기식 집단 수다로 채워지는 토크 프로그램들은 하향세를 타고 있다. MBC ‘무릎팍도사’는 강호동 복귀 1년만에 방송이 재개됐지만 시청률은 크게 오르지 않아 화제성면에선 점차 멀어지고 있다. KBS ‘승승장구’와 MBC ‘놀러와’는 폐지 절차를 밟았고, SBS ‘강심장’은 진행자를 교체하고 포맷을 바꿔 오는 2월 시즌2로 방송된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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