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7회> 총칼 없는 전쟁 (7)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아마 모르긴 해도 내 머리통엔 가마가 다섯 개쯤 있을 거야.’
유호성은 이런 생각에 혼자 비실비실 웃는 중이었다. 가마가 두 개라면 장가를 두 번 들게 된다는 속설이 있질 않은가. 그런데 가마가 다섯 개라면… 보편적으로 장가 한 번 들기 까지 속도위반 섹스를 100번 쯤 하는 현실이니 적어도 500번 이상의 섹스는 도맡아 놓았을 것이란 기쁨이 앞섰다.
모두가 재벌2세의 덕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세계 3대 자동차 회사인 거성그룹의 드라이버로 발탁된 것으로부터 3억 원에 이르는 연봉계약을 맺은 것 등등 그의 덕을 칭송하자면 한이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격스럽고 또한 고마운 것은 코-드라이버로 현성애를 맺어준 사실이었다.
‘염복이 터졌단 말이야. 흐흐흐…’
염복이란 아름다운 여자가 줄줄 따르는 복을 말한다. 아직 장가도 들지 않은 처지에 염복이 터지는 걸 누가 싫다 하랴. 그는 주행연습을 하기 위해 치타의 운전석에 등을 기대고 앉아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다.
‘가만 있어보자… 철들고 나서 젤 먼저 상열지사를 맺은 아가씨가 누구였더라? 그렇지, 김지선! 흐흐흐…’
유호성은 어느새 기억이 어렴풋해진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기 위해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뜬 채로 상념에 빠져들었다. 목포 근처의 무인도였던가? 그 섬에 단둘이 즐기러 갔다가 벗어놓은 옷가지가 파도에 휩쓸려가서 온몸에 붕대를 친친 감고 목포 선착장으로 귀환했던 사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흐흐흐… 그날 배에서 내려 뛰어가던 모습을 잊을 수 없군. 미라처럼 붕대를 감고 달리던 엉덩이가 섹시했지…’
돌이켜 보면 현성애를 처음 만난 것은 그날이었다. 아버지 유민 회장의 비서 자격이우로 목포 근처 무인도까지 찾아와 궁지에 몰린 자기와 김지선을 도와준 사람이 바로 현성애였던 것이다.
그 후에도 현성애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몬테카를로 랠리를 뛰기 위해 발랑스에 머물던 때였을 것이다. 아버지 회사의 레이싱 팀 ‘호크 아이’의 드라이버로 활약하던 중이었는데, 랠리에서 뛰는 동안 현성애는 호크 아이 팀의 미캐닉 역할을 도맡고 있었다. 당시 코-드라이버였던 전진후와 잠시 삼각관계가 이루어지는가 싶었고… 그 이후로는 기억이 가물가물 했던 것이다.
‘맞아, 그때 현성애를 제대로 넘어뜨렸어야 했어. 그때 엎어주고, 눌러주고 했다면… 좋았을 것을’
이런, 떡을 할 인간! 그는 목포 앞 무인도에서 밤새워 함께 놀았던 김지선을 그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현성애를 탐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 관계가 생겨나기 시작한 골프선수 강유리에게 껄떡대고 있었으니… 에라, 삼복더위에 염병에 걸려도 모자랄 놈 같으니.
그뿐인가? 강유리를 따라 북한에 갔을 때는 어떠했는지? 북한 미녀 예원희의 꾐에 빠져 골프대회의 캐디역할은 마다하고 그녀와 밤새워 모래성을 쌓지 않았던가. 그나마 예원희에게 이용 당한 셈이니 거기까지는 봐준다고 치자. 얼마 전, 거성그룹의 드라이버로 영입된 직후에도 요정에서 대감놀이를 하며 꽃님이의 치마 속에 숨어 화끈한 불장난을 벌이지 않았던가… 이 말이다.
아직도 꽃님이의 치마 속에 숨어 그녀의 알몸을 부여잡고 꼴뚜기 짓을 하던 때의 기억이 시각, 촉각, 후각으로 고스란히 되새김질 되고 있을 터인데… 뭐가 어째? 에라, 삼복더위에 염병 걸려서 끓는 솥뚜껑 위에 솜이불 덮어씌우고 앉혀 펄펄 끓는 우거지 국을 먹여도 시원찮을 놈 같으니.
어쨌거나 그는 1974년 산 치타를 타고 워밍업 드라이빙을 하기 위해 차고를 빠져나왔다. 랠리대회가 시작되기까지 열흘이 남아 있었다. 그는 한적한 도로를 따라 산길로 올라갔다. 랠리에서 우승 깃발을 꽂는 것도 좋았지만… 김지선, 현성애, 강유리, 예원희, 꽃님이에게 다시 한 번 깃발을 꽂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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