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뭐라하든…말로만 새정치, 정신못차린 새누리·민주

새누리 “李후보 결정적 하자 없다” 입장 고수 김성태 의원은 “부적격” 청문보고서 중대고비

민주 “정부서 갈등 촉발 반드시 재의결 추진” 정부 대안 ‘택시지원법’은 검토조차 안해

국회가 지난 18대 대선기간 내내 입버릇 처럼 말했던 ‘새정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반성’은 벌써부터 도루묵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은 ‘반칙 이동흡’에 대해 “큰 하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한구 원내대표는 심지어 인사청문회를 ‘도살장’ ‘인격살인’ ‘루머폭탄’에 비하하면서 이 헌재소장 후보자를 비호했다.

민주당은 ‘포퓰리즘 재앙’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택시법을 즉각 재의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안으로 내놓은 택시지원법은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국회 무시”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초고중진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새누리당(왼쪽)과 민주통합당은 23일 오전 각각 서울 당사에서 원내대책회의를 갖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택시법 재의요구안 처리 등 국회 관련 현안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을 갖고 현안에 대한 당의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구 기자/phko@
새누리당 황우여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초고중진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새누리당(왼쪽)과 민주통합당은 23일 오전 각각 서울 당사에서 원내대책회의를 갖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택시법 재의요구안 처리 등 국회 관련 현안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을 갖고 현안에 대한 당의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구 기자/phko@

새누리당은 예정대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청문회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로 ‘돈놀이’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불어나는 의혹에 국민 여론이 연일 악화되고 있지만, 당은 “결정적 하자는 없다”며 ‘적격’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인사청문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23일 “원내지도부와 협의한 결과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만큼 당초 예정대로 동의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에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가 입금된 통장에서 돈을 빼내 ‘MMF(초단기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것이 밝혀진데 대해서는 “(통장에) 특정업무경비 외에도 다른 자기자본이 4억6000만원 정도가 있었다. 개인돈과 특정업무경비가 혼재돼 있는 상태였다”며 “자기돈이 있었기 때문에 MMF 통장으로 나간 것 자체만 갖고 유용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어떤 공직보다 도덕성에 흠결이 없어야 하는 헌재소장 후보자가 국민 혈세를 자신의 통장에 넣어 쌈짓돈처럼 썼다는 비판이 들불처럼 일고 있는 데도 청문위원들은 귀를 막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평소 지론인 ’원칙과 신뢰’가 무색할 정도다.

그나마 김성태 의원이 ’적격 유보’입장을 보인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야당 의원 6명이 모두 부적격 의견인 가운데, 새누리당 인사청문특위 7명 중 1명인 김 의원이 ‘부적격’으로 입장을 정리할 경우 ‘부적격’ 의견으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된다. 김 의원은 “오후에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진정한 국민의 소리를 한 번 더 들어보고 최종판단 하겠다”면서도 “지금까지는 적격 동의에 쉽게 응할 수 없다. 입장 변화는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부적격’으로 의견으로 정리했음을 시사했다.

여론을 무시한 새누리당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인 눈치보기로 분석하고 있다. 이 후보자 지명에 박 당선인이 양해, 사실상 첫 인사인데 어떻게 반기를 드느냐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원내 한 관계자는 “누가 봐도 (이 후보자가) 나라의 법치를 바로세워야 할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자격이 모자란다. 당도 알고 있는 눈치”라고 실토하면서 “박 당선인 측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라고 전했다.

당 일각에서는 부정적 여론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적잖게 감지된다.국민 정서에 반할 만한 도덕적 흠결이 청문회 과정에서 확인된 만큼, 새누리당이 사실상의 당론으로 ‘적격’ 입장을 고수할 경우 박근혜 당선인을 외곽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민주당은 정부가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마자 ‘자존심 싸움’에 나섰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보다 정부안이 훨씬 실효성이 있다는 여론은 아예 무시했다.

정부의 택시지원법은 국회의 택시법보다 지원 방안이 보다 구체적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 법안은 택시업계의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택시 총량 규제에 따른 감차, 친환경 차량 대체, 서비스 향상을 위한 시설ㆍ장비 확충, 공영차고지 건설의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택시기사의 복지에 초점을 맞춘 ‘운송비용 전가 금지’와 이를 어겼을 경우 이에 대한 제재조치도 마련돼 있다.

예를 들어 택시회사는 그간 가스비와 차량구입비ㆍ세차비ㆍ사고처리비 등 월 50만원에 달하는 운송비용을 택시기사들에게 떠넘겨 왔지만 택시지원법은 정부가 이를 엄격히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월 평균 158만원인 택시기사의 월급이 2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22일 KBS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질문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60.2%, ‘찬성한다’는 의견은 29.8%로 나타났다. 택시법에 대한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찬성한다’는 응답이 65.2%, ‘반대한다’는 응답이 23.9%로 나타났다. 정부의 택시지원법 추진에 대해선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64.3%,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22.3%로 집계됐다.

새누리당은 여론이 악화하자 일단 ’정부안을 검토한 뒤 재의결을 추진한다’고 한 발 빼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즉각 재의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는 사회적 합의를 깨고 갈등을 촉발시킬 뿐이며 민주당은 반드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 무시라는 주장이다.

홍석희 기자/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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