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6회> 총칼 없는 전쟁 (16)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5개국 관통 랠리대회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 후보나 거성그룹, 그리고 지구 저편에 있는 N-DOS 단원들만은 아니었다.
대선후보 주위에 포진한 선거전략 요원들은 물론이고 아랍의 석유재벌들, 심지어 북한정부의 각료들까지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따지고 보면 엄청난 이벤트인 셈이었다.
그뿐일까? 회사가 망하느냐 흥하느냐를 놓고 거성그룹에 카드 패를 던진 유민회장은 물론, 그 마누라인 신희영, 그녀의 한물 간 연인 강준호, 이제 새로 떠오르는 연인 한승우에 이르기까지…
조금 더 살펴본다면 북한 땅에서 세력 겨루기를 하며 조마조마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도형철과 그의 양녀 예원희… 그야말로 끝이 없었다.
“얘야, 이제 랠리대회가 며칠이나 남았지?”
“꼭 일주일 남았어요, 아버님.”
아버님? 휠체어를 밀던 앳된 아가씨로부터 아버님이란 호칭을 듣는 그 사내는 바로 권도일의 부친 권일주였다. 그렇다면 휠체어를 미는 아가씨는? 다름 아닌 유민 회장의 외동딸 유한솜이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권도일이 지금처럼 휠체어에 앉은 신세가 된 것은 유민 회장 때문이었다. 베트남 내해에 머물던 크루즈 선 갑판에서 훨훨 바다로 뛰어내린 덕택에 척추가 부러졌던 것인데, 그렇게 만든 장본인의 외동딸이 휠체어를 밀어주며 아버님이라고 하니 세상 이치가 기막힐 따름이었다.
“내가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결혼식을 치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내 아들과 살림을 차린 것도 아닌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나를 보살피다니.”
“또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 저는 아드님을 제 목숨보다도 더 사랑하거든요? 그래서 하는 짓이니까 더 이상 나무라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그래도 그렇지… 도일이 그 녀석은 네가 우리 집에 머무는 걸 알면서 단 하루도 나타나질 않는구나. 독한 녀석.”
“중요한 랠리대회를 앞두고 집안생각 할 겨를이나 있겠어요?”
“그래, 네 말이 맞다. 어차피 랠리에 출전하기로 했다면 열심히 연습해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어야 옳지.”
“이번 대회에서 도일 씨는 꼭 우승을 하고야 말거예요.”
“나도 그렇게 믿는다. 워낙 독한 녀석이니까.”
권일주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머나먼 서쪽, 중국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심정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아들 권도일이 이번 랠리대회에서 사고로 위장하여 유호성을 죽이려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네 오빠, 유호성 군도 이번 랠리에 참가한다지?”
“그렇다네요, 아버님.”
“그럼 네 심정도 복잡하겠구나. 친오빠가 우승하길 바라지는 않아?”
“아니요, 친오빠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저는 오로지 권도일 씨가 우승하길 기도하는 중이거든요?”
“그렇다니 고맙구나. 그런데 얘야, 만약에 친오빠가 사고로 다치기라도 하면 어떨지… 생각해본 적은 있니?”
권일주는 참으로 어려운 질문을 하고야 말았다. 물론 대답을 듣기 위함은 아니었다. 어쩌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악어가 흘리는 눈물과 다름없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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