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최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신평사들의 순이익 가운데 최대 90%를 회수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대주주인 한국신용평가는 2011년 순이익 84억원 가운데 76억원을 주주에 배당했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90%에 이른다. 이에 한신평 지분 ‘50%+1주’를 가진 무디스가 챙겨간 배당금만도 38억원이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배당 성향 90%를 유지하고 있는 한신평에서 무디스가 지난 5년간 거둔 배당금은 220억원에 달한다.
영국의 신용평가사 피치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기업평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기평은 최근 사업연도(2011년 10월~2012년 9월)에 당기순이익 151억원 가운데 98억원(65%)을 주주에 환원했다.
보통주 1주당 2197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한 한기평의 시가총액 대비 배당률은 6.9%다. 이는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시가배당률 15.5%에는 못 미치나 국내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률이 1%대임을 감안하면 고배당인 셈이다.
한기평 지분율이 73.55%인 피치 역시 국내에서 최근 5년간 챙겨간 배당금만도 2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고배당이 국내 신평사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주주인 외국계 신평사가 투자자금 회수에 골몰하다 보니 국내 신평사로선 ‘돈벌이’를 찾게 되고, 이에 회사의 신용 등급을 높게 매기는 ‘등급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이 같은 배당구조로 영업 실적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제대로 해야 할 등급 매기기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2011년 부산저축은행은 영업 정지 후 하향했고, 지난해 웅진홀딩스도 기업회생 절차 신청 이후에, LIG건설도 법정관리 이후 뒷북 강등에 나서 신평사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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