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공식등극할 시진핑(習近平)의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하다. 빈부격차, 부정부패 등 내부의 모순에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강화, 주변국과의 영토분쟁 격화 등 외부환경을 보면 ‘내우외환’(內憂外患)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이 최고 지도자에 올랐던 10여년 전에 비해 훨씬 복잡해진 상황에서 정체된 개혁을 이끌어 내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시진핑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부정부패, 빈부격차에 헐떡이는 공룡=시진핑은 지난해 말 총서기로 취임하자마자 반부패의 칼을 뽑았다. 집권을 위협할 만큼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부패는 5000년 중국의 역사만큼이나 뿌리가 깊다. ‘관본위(官本位)’, 즉 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사고방식이 지금도 바뀌지 않고있다. 그렇다고 부패에 대한 강경책을 쓰면 정부관료들의 극심한 저항을 야기할 것이고 소극적으로 나간다면 국민들의 불만을 사게되는 ‘딜레마’ 상황이어서 ‘부패와의 전쟁’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979년 개혁·개방의 문을 연 이후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했지만 개혁·개혁의 부작용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에따라 서민과 극빈층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특히 중국의 소득불균형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에 따르면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는 1988년 7.3배에서 지난해 23배까지 확대됐다.
이에따라 지난해 중국의 지니계수는 0.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0.4를 넘으면 소득분배가 매우 불평등해 사회적 동요를 야기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해 연말 중국을 한바탕 시끄럽게 만들었던 ‘전능신(全能神)’이라는 신흥종교 사태는 현재의 중국사회가 얼마나 불안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능신의 교리는 종말이 임박했고 이때가 되면 전능신을 믿는 사람만이 구원을 받게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이 집단은 전능신 통치시대를 열기위해서는 ‘크고 붉은 용’(大紅龍·중국 공산당을 지칭)과 결전을 벌여 이 용을 멸절시켜야 한다며 공산당 타도까지 언급, 중국 당국을 바짝 긴장시켰다.
여기에 경제까지 심상찮다. 중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속성장을 포기했고 중속(中速)성장으로 들어갔다. 이를 위해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주도형으로 구조를 바꿔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국내적으로 대규모 부양책을 쓸 수 있지만 물가와 집값이 또다시 들썩거릴 수 있어 고민이다.
최근 런민왕(人民網)이 양회(전인대·정협)를 앞두고 72만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2013년 가장 주목되는 10대 핫이슈’에 따르면 1위는 사회보장이었고 반부패청렴, 수입분배, 부동산, 의료개혁, 물가안정과 식품약품, 법치, 행정체제 개혁, 국방건설 순이었다.
민초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위해선 상당히 강력한 개혁을 해야하나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반발이 크다. 어떻게 기득권의 벽을 넘어서 모순을 해소하느냐에 따라 지도자로서 첫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험난한 행로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반해 집권 여건은 후진타오 시대보다 훨씬 열악해 시진핑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외교분야 난제도 산적=지난 4일 시진핑은 란저우(蘭州) 군구를 방문해 “군사투쟁 준비를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이는 영토문제로 대립하는 일본 등 주변국에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지도부는 영토분쟁, 티베트ㆍ대만 문제, 북한문제 등 자국의 핵심이익이나 주권문제가 걸린 현안에선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결기’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강경한 외교전략이 펼쳐지면서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존재감을 드러내려하는 호전적인 중국 군부도 한 몫을 하고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에선 시진핑 시대의 외교환경이 후진타오 시절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새 지도부는 아시아·태평양으로 회귀한 미국에 맞서 이 지역에서 중국의 위상과 권익을 확대해야 한다는 짐을 안고 있다.
나아가 중국을 전통적 경쟁상대로 여기는 인도와의 관계도 마음 놓을 수 없고 북한, 파키스탄과 함께 중국의 3대 맹방으로 꼽혔던 미얀마 역시 근래 들어 미국과 유럽에 러브콜을 보내는 등 예전같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북한 핵 등 안보문제에 있어 중국이 북한 편을 든다며 불만스러워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말을 듣지않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자원외교도 아프리카의 정정불안, 이란과 서방의 대립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향후 시진핑 호(號)의 외교정책 방향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당분간 현상유지 외교노선을 유지하면서 강약조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민족주의 교육의 세례를 받은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자)’들이 정부의 강경대응을 촉구하면서 ‘거친 외교’가 만성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 시대의 외교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녹록치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2008년 이후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섰지만 그에 상응하는 외교정책을 아직까지 수립하지 못하고 있어 상당기간 외교정책의 혼란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감도 만만치않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대외관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섰다”면서 “특히 미·중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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