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위크 마저 잠재운‘ 엔저·북한’더블악재
일본인 체감고객 60% 줄어 북한 문제 가장 큰 장벽 엔저로 물가도 생각보다 비싸
주말이면 한국어보다 일본어ㆍ중국어가 많이 들려 흡사 ‘언어 삼국지’를 연상케 했던 서울의 쇼핑 1번지 명동. 얼마 전부턴 이 곳에 일본어를 쓰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 엔저(低)와 북한과의 관계 경색 등 ‘더블 악재’가 한꺼번에 들어닥쳤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일본의 골든위크가 시작되는 첫 일요일 명동의 오후 거리는 골든위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평소 일본인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던 중저가 화장품 매장이나 저렴한 가격에 쇼핑을 할 수 있는 옷가게, 지하상가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만 들어찼다.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도 일본인 고객이라고는 가게마다 한 테이블 정도만 발을 붙일 정도였다.
일본인들에게는 북한 문제가 한국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명동에서 만난 아키코(42ㆍ여) 씨는 “매일 뉴스에 북한에 대한 소식이 많다보니, 한국에서 곧 전쟁이 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친구들과 가족들이 한국에 여행을 간다고 하자 말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좋아해 1년에도 두세차례 한국을 방문한다는 요코(39ㆍ여) 씨는 “일본인들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며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해 보수적 입장이기 때문에 미디어도 그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전쟁이 날 것 같다며 걱정하며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방문한 ‘용감한’ 이들은 한국에서 다시 물가라는 장벽을 맞았다. 올해 벌써 한국에 두번째 방문했다는 일본인 히로(38) 씨는 “엔저라고 해도 물건값이 2~3배 비싸진 것은 아니지만, 물건을 살 때 지난해보다 가격을 많이 보게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똑같은 옷을 두 개 사 가기도 했는데 올해는 신중하게 결정하는 분위기”라며 “같이 온 친구는 올해 한국에 처음 왔는데 생각보다 싸지 않아서 아직까지 쇼핑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울한 골든위크’에 명동 상인들은 “골든위크를 챙길 수도, 안 챙길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골든위크가 명도 상권의 최대 성수기 중 하나다 보니, 예년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엔저 때문에 일본인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어, 일본인을 겨냥한 행사를 진행하기가 부담스럽다는게 상인들의 속내다.
명동에서 음료 노점을 하는 한 상인은 “언론에서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30% 줄었다고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60% 이상 줄어들었다”며 “일요일 오후에 이 정도로 일본인이 없는 걸 보니 이번 골든위크는 아예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의 한 중저가 화장품 매장 직원은 “솔직히 명동은 내국인 고객 보는 매장이 아니라 외국인 고객 덕분에 유지하는 곳”이라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있다지만, 일본인 고객들이 부쩍 줄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명동 매장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부진한 골든위크 실적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인 아리따움은 ‘글로벌 위크’ 행사를 진행하며 9만9000원 이상 구매하는 외국인에게 20% 할인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명동의 올리브영 플래그십스토어는 ‘골든위크’라는 이름으로 할인 행사를 내걸었지만, 행사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도현정ㆍ서지혜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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