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복숭아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밑으로 기린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커다란 뿔과 용을 닮은 얼굴이 위풍당당하다. 암수 한쌍의 기린 주변에는 세마리의 새끼 기린도 보인다. 화폭 하단에는 영지버섯이 무수히 피었다. 작가의 이름은 알 길 없으나, 조선 후기에 그려진 걸작 민화 ‘기린도’<부분>이다.
민화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 미감과 소망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 매력이다. 때문에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과 소망, 꿈을 읽을 수 있다. 활달한 필치와 다채로운 색채가 돋보이는 이 작품에서도 탐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는 다산을, 기린의 힘찬 뿔과 영지버섯은 무병장수와 길상을 상징한다. 민중들이 오래오래 평안한 삶을 누리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민화는 오늘 다시 봐도 정겹고, 푸근하다.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린도’를 비롯해, 화조도 서수도 용호도 문자도 등 조선시대 다양한 채색화와 자수 작품 50여점이 내걸린 전시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가나아트갤러리(대표 이옥경)가 기획한 ‘길상(吉祥) 우리 채색화 걸작전’ 2부 전시의 출품작은 대부분 개인 소장품으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옛 선조들의 꾸미없는 미감과 꿈을 살필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오는 8월 20일까지 계속된다.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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