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지난 26일 재정난을 호소하며 한강에 투신했던 성재기(46ㆍ사진) 남성연대 대표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성 대표의 투신부터 실종, 죽음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고 이후에도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성 대표를 남성인권운동에 평생을 바친 선지자로 보는 사람도, 단지 이슈에 목을 매던 남성우월주의자로 보는 시각도 있는 듯 합니다. 저는 제가 만났던 성 대표와 그에게 받았던 느낌을 가감없이 독자여러분께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저와 성 대표가 처음 만난것은 지난해 9월이었습니다. 당시 여성가족부를 출입하던 저는 여성가족부에 대해 꾸준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성 대표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고, 한 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습니다.
마침 당시 이슈가 됐던 성매매 특별법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해 성매매 여성들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남성연대도 함께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가 있어 현장에서 성 대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자 회견 당일, 처음 만난 성 대표의 인상은 ‘씩씩하고 힘이 넘치며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전날 성명서를 작성하느라 거의 밤을 샜다며 악수를 청하며 그는 직접 타온 커피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만나기 전 생각했던 강경하고 다소 마초(?)스러운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친근감있게 저를 대하는 성 대표를 보고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성 대표는 180도 달라진 얼굴로 여성가족부의 정책을 하나하나 비판했습니다.
성매매 특별법의 부당함은 물론, 당시 김금래 여가부 장관의 ‘성매매금지법과 성폭력 증가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발언에 대해 성매매금지법 이후 증가하는 성범죄 발생건수를 예로 들며 “김 장관의 발언은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단순한 비판적 발언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와 근거를 통해 확신에 찬 얼굴로 말하는 성대표를 보면서 “아 이사람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괴짜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성 대표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남성연대, 남성운동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그의 생각을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당시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남성의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크지 않느냐, 대표님의 주장대로 남성이 그렇게 소외받고 있단 말이냐, 대체 대표님의 목적이 뭐냐”는 질문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이에 그는 “제가 꿈꾸는 것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사회도,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해지는 사회도 아닌 함께 동등한 위치에서 살아가는 사회”라고 답했습니다.
성 대표는 “지금까지 남성이 누려왔던 열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당한 의무를 다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권리”라며 “여성들도 그 권리를 함께 누리기 위해서는 남성과 동등한 의무를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남성연대를 만든 목적에 대해서는 “근 수십년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요구하는 단체는 수십, 수백개에 달하고 정부부처까지 존재하지만 남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은 전무했다”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남성의 사회적 약자화는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그와 통화를 할 때면 성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단어들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남성의 권리’, ‘여성가족부’라는 단어를 말할 때면 힘이 들어가고 수화기 너머로 상기된 그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성 대표는 “자신은 절대 마초도 아니고, 남성우월주의자도 아니다”라며 “남들이 낼 수 없는, 말하고 싶어도 하지못하는 말을 하다보니 불필요한 오해도 많이 받는 편”이라고 속상함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남성연대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며 일종의 사명감을 강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후 대선을 전후로 성 대표는 특유의 직설화법과 남성인권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이른바 뜨게 됐습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즈음 기자는 성 대표에게 전화해 “정권이 바뀌면 남성부 장관이라도 하시는거 아닌가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성 대표의 반응은 “장관 안 시켜줘도 좋으니 정부에서 남성연대에 대한 지원이나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각종 여성단체에는 혈세를 퍼부으면서 왜 우리는 소외시키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습니다.
“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우는 소리 하시냐”는 질문에 그는 “아 그냥, 그냥...밖에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힘들어요. 제가 빚쟁이에요. 우리 직원들 볼 면목도 없을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그 후 저는 여성가족부 출입을 관두고 강남경찰서로 취재처를 옮겼습니다. 제 메일로 남성연대의 활동소식을 담은 보도자료는 계속해 들어왔지만 출입이 아니라는 핑계로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가끔씩 TV화면을 통해 성 대표를 보면서 ‘여전히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중 얼마전 투신을 예고한 트위터 글을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
그렇게 자존심이 강하던 성 대표가 공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와달라는 글을 올릴 정도면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설마 불행한 일이 있겠냐는 생각에 전화나 문자 한통 남기지 않은 것이 지금에서야 후회로 남습니다.
분명 성 대표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괴짜로 비춰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났던 그는 적어도 자신의 신념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신도 이번 투신이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 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성 대표의 죽음을 미화하는 것도, 성급했던 그를 비난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남성과 여성의 진부한 감정싸움이 확대되는 것이 아닌, 성 대표가 생전에 염원했던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이념과 논리를 떠나 그의 명복을 빌어주고, 이런 생각과 사상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라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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