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2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 투자자를 찾는 수익형 부동산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신축, 원룸임대, 입주자를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전면에 내걸고 입주자를 찾는 건물도 간간히 보였다. 고대 정문앞 H공인 관계자는 “원룸, 오피스텔 입주가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임대물건이 넘친다. 특히 낡은 원룸은 임차인을 찾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에는 지난해 12월부터 들어온 20여건의 소형 임대 물건이 아직 그대로 있다.
인근 S공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S공인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은 낡은 집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월세를 낮추는 곳이 생기고 있지만 거래는 잘 안된다”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 원룸 시장의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보통 이맘때 즈음부터 개학을 준비하는 지방학생 등이 방을 구하러 다니면서 거래가 늘어나지만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H공인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보통 4~5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는데 올해 들어 한건도 하지 못했다”며, “주인들이 5만~10만원 정도 월세를 낮추고 있는 상황인데도 방이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희대, 한국외대, 시립대 주변도 마찬가지다. 동대문구 이문동의 W 공인 관계자는 “신축원룸이 대거 입주하면서 기존 원룸의 인기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기동의 Y 공인 관계자 역시 “경희대 인근에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많아지면서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집주인들이 월세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가 주변 원룸 임대시장이 이렇게 위축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공급이 크게 늘어난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 주거시설의 영향이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인허가가 난 도시형생활주택 물량은 29만9144가구에 달한다. 이중 서울에는 8만 4256가구의 물량이 인허가가 났으며 대학이 밀집돼 있는 동대문구는 4500가구, 서대문구 3600가구, 성북구에는 3370가구가 인허가가 났다.
원룸과 경쟁을 벌이는 소형 오피스텔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한해 서울에서만 2012년에 비해 두배를 넘어서는 1만3019실의 오피스텔이 준공됐다. 서울의 오피스텔 신규 입주량은 2010년 2144실, 2011년 3067실, 2012년 4715실 등으로 급증세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팀장은 “최근 3년동안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이 물량이 대폭 늘어났는데 상당수가 대학가 주변에 몰려 있다”며 “그러다 보니 소형 주거시설 임대료가 많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소형 주거시설 공급이 늘자 이젠 오래된 헌 원룸은 거들떠보지 않는 임차인이 많아졌다. 낡은 원룸을 찾는 사람들이 줄자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기현상도 생기고 있다.
고려대 앞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임대 사업을 하고 있는 A 씨는 1월초 고대 인근 H 공인을 통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의 13.22m² 형을 전세 5000만원으로 바꿔 내 놓기도 했다. 지난 10월부터 월세를 내 놓았지만 방이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주변 임대시장 침체는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예상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의 과잉공급으로 당분간 임대료 조정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최소한 올해까지는 이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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