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정찬수 기자] “차라리 꿈이었으면….” 점심시간을 마친 나른한 오후 일과가 시작되는 시각, 일본인들은 악몽같은 현실과 마주합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5분.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9.0)의 지진파가 발생합니다. 지진파에 의한 쓰나미는 20분도 채 되지 않아 인근 내륙의 모든 것을 삼켜버립니다.
브라운관에서 마주하는 처참한 광경, 실제 당시 현지에 있던 사람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얼마나 큰 시련을 견뎌야 했을까요? 거대한 쓰나미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동차, 아파트 옥상에서 더 높은 쓰나미를 넋놓고 바라보는 주민들. 믿기 힘들 정도로 비현실적이던 장면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작은 여진과 정전으로 인한 화재, 말 그대로 불과 물이 뒤엉킨 지옥의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전 세계인들은 밤새 일본 현지의 모습을 숨죽인 채 지켜보며 기도를 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크고 작은 여진은 동일본 태평양 심해에서 시작해 도호쿠와 간토, 홋카이도, 나가노 등 내륙까지 이어졌습니다. 잇단 지진 관측으로 현지 언론과 기관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죠. 쓰나미 주의보가 전면 해제된 시각은 13일 오후 6시. 끝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악몽. 대지진은 그렇게 수많은 폐허를 남긴채 멈췄습니다.
1년이 지난 2012년 말 일본 경시청이 발표한 사망자 수는 약 1만6000명. 여기에 부상자는 약 6000명, 실종자는 약 27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강력한 쓰나미는 댐과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을 무차별적으로 파손시켰지만 복구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사고 수습을 지휘했던 간 나오토 전 총리는 당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 닥친 최악의 재난”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미국 지질연구소는 동일본 지진으로 인해 지축이 10㎝ 정도 이동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을 강타한 지진파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의 후폭풍은 진행형입니다. 당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내 원자로 설비가 붕괴되면서 대규모 방사능이 유출된 것이 발단이죠. 원자력 사고 등급(INES)은 최고 단계인 7단계. 이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은 수준입니다. 공기중 유출뿐만 아니라 지하수와 바다에도 방사능이 유출돼 사실상 전세계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여전히 방사능 유출 우려 지역의 식재료 유통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오염물질을 섭취했을 경우 몇 세대에 걸쳐 이상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전국적으로 확산됐죠. 주변국의 일본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도 이어졌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식품 뿐만 아니라 사료, 자동차, 제조품까지 수입을 막고 나섰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도 세슘 검출을 우려해 검사증명서 검토를 강화하고, 일부 품목엔 방사능 여부에 상관없이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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