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질 임금의 인상률이 2년 새 반토막 나면서 지난해에는 물가상승률과 맘먹는 수준으로까지 곤두박질쳤다.

소득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면서 소비 여력이 떨어진 가계가 지갑을 닫아 경기는 더 꽁꽁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이 발표한 임금 동향을 보면 2012년 실질임금 상승률은 3.1%로 당시 경제성장률(2.3%)과 물가상승률(2.2%)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3년 들어 임금상승률은 2.5%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3%로 2년 새 절반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3.3%) 절반에도 못 미쳤고, 물가상승률(1.3%)과 같은 수준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낮다는 것은 자본이나 기업소득보다도 근로나 가계소득이 더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 임금은 적어도 물가보다는 높아야 가계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가계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가계소득은 임금근로자의 피용자보수(임금소득), 자영업자의 영업잉여(사업소득), 순재산소득으로 구성돼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임금소득은 74.9%, 사업소득 14.2%, 순재산소득 10.8%였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임금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소득분위별 근로소득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저소득층에 속하는 소득 1분위 근로소득은 2013년 273만원에서 지난해 271만원으로 유일하게 –0.7%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질임금 인상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소득 분배 개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계가 소비를 할 수 있으려면 실질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는 높아야 하고, 경제성장률에 너무 뒤처져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가계소득 비중이 큰 임금이 물가나 경제성장률을 밑돌면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면 다시 가계 소득이 부진해 경제가 둔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들어 가계 소득 증가율보다 가계 부채 비율이 더 빨리 증가하고 있다며 임금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전체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고, 이 중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대부분은 근로소득에 의존하고 있다”며 “임금이 현실화돼야 이들 계층의 소득 수준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호상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에 임금 상승을 요구하기 전에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며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면 가계도 지갑을 열고, 기업은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