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삶의 질’ 관심 집중…건강한 노년 위한 사회적 수요 급증 국가 차원 보건산업 투자 본격화…첨단의술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
류마티스관절염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연골을 파괴해 뼈의 변형까지 일으킬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3천만명, 우리나라도 인구의 약 1%인 50만명 정도에 이른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를 위한 항TNF제는 투여 후 혈중에서 유효농도가 유지되는 경우에는 그 효과가 나타나지만 중단하면 효과가 사라지므로 지속적인 투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치료제 도입 초기에는 약제의 장기 투여 효과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아 치료제의 보험급여 기간이 51개월로 제한되어 있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R&D 사업을 통해 임상연구를 진행해 치료제 장기 투여의 임상적 효과를 입증해냈고 그 결과 2011년 3월, 기간 제한을 철폐할 수 있었고, 이로써 장기 투여를 위한 보험급여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지만 보험급여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치료가 진행됐던 분야에 대해 정부가 임상연구를 실시해 이를 개선하고 의료비 절감과 동시에 치료 부작용을 줄인 것이다.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보건의료 연구개발사업이 특정인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이유다. 전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환 극복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이고 폭넓은 보건의료 R&D 정책이 필요하다.
보건산업은 창조경제 핵심사업
건강한 삶에 대한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주요 질환 극복과 신·변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을 통해 국민의 건강 수준 향상과 안전사회 구축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늘어난 의료비를 줄이고 보건의료 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요구된 때문이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보건산업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됐다.
보건산업은 국정과제 중 창조경제를 이행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국민 건강을 위한 보건의료 R&D 강화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0 헬스코리아 건강한 국민,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을 통해 ‘건강수명 75세 시대’ 달성에 나선 것.
HEALTH 전략으로 목표달성 정부는 2015년 보건의료 R&D를 통해 창조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HEALTH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HEALTH 전략’은 ▲Healing-주요 질병 극복으로 건강수명 연장 ▲Economy-첨단의료 기술 및 신산업 창출로 미래 성장 동력 육성 ▲Alert-국가보건의료 위기 대응 R&D 투자 강화 ▲Better Life-건강증진 웰빙·케어 기술 투자 확대 ▲Together-산·학·연·병원 선순환 체계 구축으로 창조 연구생태계 조성이다.
첫 번째 ‘Healing 전략’은 주요 질병 극복을 위한 예방, 진단, 치료기술의 완성 단계를 높이기 위한 기술 지원이다. 난치형(암/심뇌혈관)질환, 생활습관형(비만/대사)질환, 희귀질환 등 주요 질병 극복을 위한 연구 강화가 목표다. 치매, 췌장암 등 질환 중심의 중개연구에 629억원, 국민건강 및 환자 안전을 위한 임상연구에 106억원 등 총 1,3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개연구를 통한 기초연구의 임상연구 가속화를 꾀해 근거 중심의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이로써 암 발생률을 감소시켜 건강 수명을 연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두 번째 ‘Economy 전략’은 유망기술을 조기에 개발해 신산업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줄기세포·재생의료, 유전체 등 미래 유망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BT-ICT-NT기술 융·복합을 통한 첨단의료 조기 실현을 돕는다. 줄기세포·재생의료의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조기 실용화 지원을 위해 435억 원, 유전체 기반 맞춤의료 기술개발을 위해 247억원,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지원에 1,009억원 등 총 1,935억원이 투자된다. 유망 보건의료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의료비 절감 및 새로운 직업 발굴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만성 질환자 원격모니터링 서비스 사용으로 연간 2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美 CITA)하기도 했다.
세 번째 ‘Alert 전략’은 희귀 질환이나 저출산 등 사회·환경 변화로 인해 새롭게 부각되는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이다. 주요 감염병 면역백신개발 및 다제내성 감염병 대응기술 지원에 218억원 등 총 438억원을 지원한다. 불임, 난임, 희귀질환 치료에 따른 고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인 R&D를 추진할 계획이다.
네 번째 ‘Better Life 전략’은 건강증진 기술이나 돌봄 기술과 같이 생애 전주기의 다양한 기술개발을 위한 지원이다. 100세 시대에 대비한 고령화·저출산 대응 강화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체계 구축을 강화하는 것이다. 4대중독·성범죄·자살 등 정신건강분야 기술개발에 60억원 등 총 177억원이 지원된다. 연평균 14%의 성장률을 보이는 고령친화형 사업 지원을 통해 미래 글로벌 안티에이징 산업의 판로를 마련하고 국민의 의료 접근권을 유지해 건강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Together 전략’은 산·학·연·병원 협력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이다. 중개-임상연구의 산·학·연·병원 플랫폼 구축 및 연구 수행을 위해 170억원, 세계적 의생명과학자 육성 등 전문 인력 양성에 78억원 등 총 686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기초연구의 산업화를 촉진하고, 보건의료 우수인력 육성 및 국외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인력교류 활성화를 통해 우수 인력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에 비해 낮은 투자비중 정부의 공격적인 보건의료 R&D 투자 방침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요국들과 그 수준을 비교하면 아직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세계 각국은 보건의료를 지속 가능한 신성장 분야로 인식하고 R&D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 총 R&D 중 보건의료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22.5%로 35조원에 육박하고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서 5년마다 중장기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EU는 이 비중이 9.7%로 11조원에 달하며 건강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전체 R&D 예산에서 보건의료 R&D 비중은 2013년 기준으로 7.1%, 1.2조원에 불과하다. 투자액만 보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R&D에서 보건의료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 추세다. 여기에 부처별 투자현황을 보면 보건의료를 중점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복지부의 경우 R&D 예산은 증가하고 있지만 비중은 타 부처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보건의료 R&D의 전략적 투자확대, 제도 개선, 관리시스템 구축 등 R&D 중요 정책에 대한 싱크 탱크 기능을 수행할 ‘보건의료 R&D 전략회의’를 지난해 출범시켰다. 선진국 수준의 보건의료 R&D 도약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고 복지부 R&D 기관들 간의 연계를 강화하여 국민 건강에 더욱 신경 쓸 계획이다.
오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최근 옥스퍼드대학의 콜린 블랙모어 교수가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평균 수명이 120세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 평균 수명이 최대 120세까지 늘어나겠지만 앞으로의 중점은 얼마만큼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건강하게 노년을 유지할 방법을 찾는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모어 교수의 주장대로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수명은 계속해서 늘고 있으나 건강수명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2012년 여성의 기대수명은 82세, 남성은 74세지만 건강수명은 각각 17년, 12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통계청). 향후 노년기의 20~30년은 아픈 상태로 지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을 바라지 않는다. 오래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웰빙 라이프 수요가 증가하고 고령화·기후환경 변화 등에 따른 사회적·공공적 기술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바람을 충족하기 위해 정부는 보건의료 R&D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구나 보건의료 R&D는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1조 투자 시, 3조원 이상의 GDP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타 분야의 R&D보다 투자 효과가 높다는 분석이다(국회예산정책처, 2013). 투자에 있어서도 매력적인 분야가 아닐 수 없다. 보건의료 분야의 투자는 특정 집단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이처럼 모든 국민을 위한, 모든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정부의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사업이다. 더욱 더 공격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이정환 기자/
simdy121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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