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노후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본인일까, 가족일까, 아니면 정부일까.
노년기에는 경제적 생활을 자기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한국인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왔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후의 경제적 생활은 순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여겼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젊어서는 자식에게 희생하고, 늙어서는 스스로 챙겨야 하는 한국인의 슬픈 자화상이 반영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미국의 사회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3∼4월 세계 21개국 2만2425명을 설문조사해 최근 발표한 것에 따른 결과다.
설문에 따르면, 노년기의 생활수준은 노인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50%를 넘긴 53%를 기록했다. 선진국인 미국(46%), 독일(41%), 영국(39%) 보다도 높다. 일본(27%) 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전통적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만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겠다는 한국인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회적 복지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데다가 국민연금 고갈 위기 등에 따라 복지에 관한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도 녹아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인의 노후에 대한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감은 33%에 그쳤다. 러시아(63%), 이스라엘(61%)에 비해 훨씬 낮았고, 프랑스(42%)나 일본(36%)에 비해서도 낮았다.
주목되는 것은 가족에 대한 기대치(10%)가 지구촌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는 점이다. 노후 책임이 가족에 있다는 답은 파키스탄(77%)이 최고였고, 대부분 20~30%대를 보였다. 가족간 유대감이 어느 나라 못잖게 강한 한국이 노후를 가족에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한 것은 의외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노년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노년기에 충분한 생활수준을 누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43%가 긍정적으로 답해 21개국 중 11위였다. 하지만 ‘매우 그렇다’는 답만 놓고 보면 7%에 불과해 하위권이었다. 지난해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7위로, 하위권으로 나타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79%가 긍정적으로 답해 1위에 올랐다. 브라질과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에서 긍정적 답변이 70% 넘게 나왔고 미국도 6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일본과 이탈리아, 러시아처럼 최근 경제성장이 빈약한 국가들에서 노년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낮았고 미래에 상대적으로 인구 연령대가 젊을 것으로 관측되는 국가들에서는 상당한 낙관주의가 보였다”고 분석했다.
고령화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자국에서 고령화가 문제가 되고 있느냐는 물음에 한국은 79%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했다. 고령화 위기가 심각한 일본(87%)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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