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별 사업보고서 살펴보니… 하영구 前행장 71억6300만원 ‘연봉킹’ 내분·금융사고 불구 고배당 수두룩
지난해 저성장ㆍ저금리로 금융권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CEO들의 연봉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이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현 은행연합회장)이 71억6300만원으로 수 년째 ‘연봉킹’을 지킨 가운데 10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긴 CEO도 수두룩했다. 특히 실적악화에도 배당액은 크게 늘어나 대주주 잇속 챙기기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CEO연봉, 10억원도 우습네=지난해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챙긴 CEO는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 전 행장은 근로소득 25억4000만원과 퇴직금 46억2000만원을 받아 총 71억6300만원을 받았다. 금융지주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이 17억37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16억5400만원), 정태영 사장(15억4900만원)이 보험과 카드업권에서 각각 최고 연봉을 자랑했다.
은행권 상위 5위에는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33억1100만원) ▷리처드힐 전 한국스탠더드차타드(SC) 은행장(27억원) ▷김한 JB금융그룹 겸 전북은행장(16억2800만원)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15억1900만원)이 이름을 올렸다.
지주사 중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17억3700만원)의 보수가 가장 높았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2억3300만원을 받았고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7억6600만원,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은 10억9500만원을 수령했다.
보험업권에서는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16억5400만원)이, 카드업권에서는 정태영 사장(15억4900만원)이 가장 많았다. 정 사장은함께 사장직을 맡고 있는 현대커머셜 연봉(7억9200만원)까지 합치면 지난해 연봉만 총 23억4100만원에 달했다. ▶실적 안 좋아도 고(高)연봉 고(高)배당=지난해 수익성 악화로 대다수 금융권 CEO들의 연봉은 줄었지만 실적과 별개로 고연봉, 고배당에 나선 금융사들도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적악화와 내분, 금융사고 등에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와 감사들도 억대연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646억원의 순손실을 낸 리처드 힐 전 한국SC은행장은 27억1900만원의 연봉을 챙겼다. 전년(11억5600만원)보다 배 가량 늘어난 액수다. 실적은 은행권 최하위 수준인데 보수는 크게 뛰면서 연봉은 은행권 3위를 차지했다.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도 당기순이익은 반토막났지만 보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퇴직금을 제외하면 25억4200만원으로, 2013년(28억8700만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외환은행의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봉은 전년보다 4억원 가량 늘었다.
사외이사 및 감사들도 고액 연봉이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주사 및 은행을 통틀어 1인당 사외이사 및 감사의 보수가 가장 많은 곳은 내분과 금융사고로 시끄러웠던 KB금융이였다. 사외이사 1인당 지주는 8500만원, 은행은 8400만원을 챙겼다. 감사 연봉도 은행이 1억2500만원, 지주가 88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방은행 사외이사는 숨겨진 요직이었다. 대부분 CEO파워가 절대적이라 실질적인 사외이사 역할을 크지 않지만 대우는 시중은행을 웃돌았다. 사외이사ㆍ감사 겸직 형태로 1인당 보수는 광주은행이 7800만원, 경남은행이 6300만원이었다. 신한ㆍ하나ㆍ우리ㆍ농협 사외이사들도 1인당 평균 5000~6000원 사이의 연봉을 챙겼다. 이들은 지난해 이사회에서 단 한건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과도한 배당도 눈총을 받고 있다. 한국씨티은행과 SC은행은 지난해 실적악화로 지점 수십개를 폐쇄하고 직원 수백명씩을 내보냈지만 배당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씨티는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인 2100억원의 배당금 및 해외 용역비를 미국 본사로 보냈다.
배당액은 509억원으로 순이익 1120억원의 45%에 달해 은행권 최고 수준의 배당성향(배당액/순이익)을 기록했다. 미 본사에 지급한 해외 용역비도 전년보다 200억원 넘게 늘어 1600억원에 달했다. SC금융지주도 지난해 영국 본사에 1500억원의 중간 배당금을 지급한 데 이어 내년 초까지 최대 3000억원의 추가 배당마저 검토하고 있다.
고배당 행태는 국내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메리츠화재는 2013년 1127억원이던 순이익은 지난해 1127억원으로 줄었으나, 같은기간 배당액은 322억원에서 4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최대 수혜자는 대주주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으로 무려 87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동부화재도 순이익은 3%늘어났는데 배당액(918억원)은 45%나 늘렸다. 이 결과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는 지난해 전년보다 95억원 많은 267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론스타의 고배당 정책을 비난하던 하나금융지주도 외환은행의 순이익 중 40%를 배당으로 가져갔다.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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