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요즘은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시대야. 소통 몰라?” 톱스타 천송이는 그래서 SNS를 한다. 다이어트 때문에 마시지도 않는 모카커피 한 잔을 들고 얼짱 각도로 사진을 담아 전송. 아뿔싸. “피곤한 오후엔 역시 달달한 모카라떼가 짱. 문익점 선생님이 왜 모카씨를 숨겨 들어왔는지 알 것 같다. 문익점 선생님 땡큐~♡” ‘센스’는 좋았지만 ‘무식’이 문제였다. ‘천송이 모카씨’는 삽시간에 인터넷을 뒤덮는다. “뇌에 보톡스 맞았냐”는 악성댓글이 줄을 선다. “다이어트 하느라 하루종일 사과 한쪽, 양배추 반쪽 밖에 안 먹었는데 욕을 하도 많이 먹어 배도 안 고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지들은 다 알아? 그렇게들 유식해? 언젠 예쁘다, 내가 제일 좋다던 것들이 그렇게 막 사람을 껌 씹듯 씹냐”고 울부짖는 천송이. 소속사 대표는 결국 ‘SNS 금지령’을 내린다. 하지만 톱스타는 “그럼 난 누구랑 대화하라고? SNS에 내 친구가 얼마나 많은데…”라며 속상해한다.
‘안방 최강자’로 등극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중 대목이다. 이 드라마는 톱스타 천송이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대한민국 연예계의 현재를 담아내 흥미를 더하고 있다.
과거 톱스타는 우러러봐야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계를 풍미했던 스타들은 자신을 신비주의로 무장했다. 접근조차 쉽지 않았던 ‘신화적인 존재’였다. 이후 TV 안에선 리얼리티 쇼가 인기를 끌고, TV 밖으론 인터넷과 SNS가 대중화되자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공공의 흥미거리’가 됐다. 신비주의 스타들도 잊혀지기 십상, ‘소통’만이 답이 되는 시대였다. 스타들은 천송이처럼 SNS를 하지만, 한 번의 말실수가 돌팔매질로 돌아오기도 한다. ‘공적인 공간’이자 ‘사적인 영역’으로의 기능도 함께 하다 보니 트위터 등 SNS는 열성팬들의 사생활 침해 공간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거나 팬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며 “하지만 부작용이 많다. 자칫 말실수라도 하게 되면 악플에 시달리고, 그게 문제가 돼 소속사에선 계정을 따로 관리하거나 아예 SNS를 끊으라는 조치도 취한다”고 했다.
외모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대다수의 연예인들의 삶은 고충도 많다. 파파라치 사진이 인터넷을 떠다니는 시대가 되니, 집앞을 나갈 때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며야 산다. 맹장염의 고통으로 식은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천송이는 “정신차리자. 나는 스타야. 나는 아시아의 별이야. 병원 패션도 내가 일인자여야만 해”라며 메이크업을 하고 선글래스까지 착용한 채 병원으로 향한다.
TV의 혁명은 어찌나 빠른지 HD 시대를 넘어 UHD(초고화질) TV 시대까지 왔다. 모공 하나까지 다 가려야 하지만, 한 듯 안 한 듯 보이는 청순함도 ‘덕목’이다. 배우 하지원 역시 매일 빠듯하게 이어지는 드라마(MBC ‘기황후’) 스케줄에 피부관리가 고민이었다. 그는 “피부과에 가야하는데 촬영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갈 수 있는 시간이 안된다”고 토로했고, 배우 손예진도 “카메라는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TV 화면은 나날이 커져 심지어 솜털까지 다 보인다. 외형적인 부분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밤샘 촬영이 많아서 관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조명 감독님과 후반 작업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드라마 ‘상어(KBS2)’ 출연 당시 귀띔했다.
혹독한 다이어트는 일상이다. 천송이처럼 이미 수많은 걸그룹 멤버들이 토끼처럼 풀만 먹고 있는 식단을 공개하며 이를 증명했고,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탄수화물은 일절 먹지 않는다(윤소희)”거나 “조미료를 쓰지 않는 저염식 식단(이다희)”으로 스타들은 매일 다이어트 중이다.
톱스타는 톱스타대로 힘들지만, 물의를 빚거나 이미지가 추락한 연예인들의 삶도 녹록치 않다. 드라마에서 하루아침에 국민밉상으로 전락한 천송이는 복귀를 꾀하며 “아무래도 TV보단 영화 쪽이 여론이 나을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대사도 던진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와 만날 땐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로선 감당해야할 게 많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민감한 반응을 만나야 한다”며 “연예인 개인뿐 아니라 방송사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게 사실이다”고 했다. 실제로 자숙 없는 이른 복귀는 더 큰 반감만 사기도 한다. 최근에도 일부 연예인의 예능 출연을 놓고 출연반대와 하차청원글이 쏟아지는 사례도 있었다.
‘별그대’는 톱스타 여배우 천송이라는 인물을 극단적이라 할 정도로 허세가 강하고 무식하며 과격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심각하지 않고 경쾌한 터치를 통해 현재 연예계의 일면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여기에 데뷔 이후 십수년 동안 스스로도 톱스타 여배우로 살아온 전지현이 그동안의 신비주의를 벗고 보여주는 한결 폭넓은 연기가 더해져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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