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일반시민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수사실무에서는 상식에 해당하는 수사과정 영상녹화제도라는 것이 있다. 수사기관이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을 수사(조사)하는 장면을 전부 비디오로 녹음·녹화는 제도다.
주지하다시피 본질적으로 수사는 자백획득, 증거발견을 위해 피조사자를 추궁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고문, 폭행, 협박에 의한 강압수사나 인격 모욕, 기망, 이익유도 등 위법수사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수사과정 영상녹화제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특효약이 된다. 수사과정이 그대로 녹음·녹화되니 위법수사 여부를 언제든지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위법수사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시대라 이제 비용도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때 이 제도를 명목상 처음 도입했다. 문제는 영상녹화를 의무화하지 않고, 실시여부를 수사기관의 재량에 맡긴데 있다. 이래서야 위법감시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위법을 예상한 수사과정을 녹화할 리 만무하니 수사기관이 유리할 때만 사용하는 편의적 제도로 전락되기 쉽다.
게다가 자백이 녹화되면, 검사조서가 진정함을 입증하는 도구로 사용케 해줘 유죄 가능성을 높이는데 주로 이용된다. 이른바 조서재판 구습에의 회귀에 다름없다.
사실 수사과정의 의무적(mandatory) 영상녹화는 이미 세계적 추세이다. 또한 이를 도입한 나라에서는 당연히 의무적 실시다. 영국은 경찰의 피의자 수사과정을 녹음·녹화하도록 한 최초의 국가다.
이미 1986년부터 테이프녹음을 의무화했고, 2000년대에는 디지털녹화로 바꿨다. 미국도 다수의 주에서 피구금자 신문(custodial interrogation)에 대해 법률로서 의무화했고, 여타의 주에서도 실무상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미 최초로 의무화한 일리노이주는 현 오바마 대통령이 주 상원의원시절 이를 주도했기에 ‘오바마법안’(2003년)이라고도 부른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북미, 호주는 물론 아시아권의 대만, 홍콩 등에서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일본도 수사기관의 오랜 저항이 있었지만, 결국 정부제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올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2010년 일본검찰의 증거조작사건에 대한 개혁처방이기도 하다. 중국정부도 최근 제도도입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강요된 자백으로 살인죄로 복역하던 중 피해자가 고향으로 살아 돌아와 풀려난 사건 등이 계기가 됐다.
우리는 아직 수사상 인권침해 우려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강압수사, 모욕 등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수사관련 진정은 여전히 연간 1천 건을 상회한다.
피의자자살사건, 증거조작, 조서내용의 왜곡기재 등도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외부와 단절된 고립무원의 조사실이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영상녹화물을 유죄입증의 실질증거로 사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오직 검사의 수사과정에 한해서이다. 본래의 감시기능보다는 검찰수사 강화에 관심인 셈이다.
필자가 주장했던 의무화의 차선책인 녹화요구권 신설안이 포함됐지만 정법은 아니다.
위법수사에 천착하지 않는 이상 인권을 보호하고 기록의 정확성을 담보하는 저비용의 첨단기계문명을 거부할 명분은 없다. 수사과정 영상녹화, 의무화가 필요하다.
gil@heraldcorp.com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