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꺼내놓고 단장…치장…정작 손씻을 사람들은 불편호소
직장인 양모(25ㆍ여) 씨는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가 지하철역 화장실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거울을 보기 위해 줄을 선 여성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이들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 세면대에 부착된 거울은 물론 별도로 비치된 세 개의 거울 앞까지, 고데기로 머리를 말거나 화장을 하는 여성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양 씨는 “세면대 앞에서까지 머리를 단장하고 있어, 손을 씻으려는 여성들이 번번이 양해를 구해야 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대학가 등 번화가의 지하철역 여자 화장실에 고데기, 화장품 파우치 등을 늘어놓고 치장을 하는 이른바 ‘고데기족’들로 불편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공중화장실이 개인 화장실도 아니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선 “볼일을 보는 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반박하고 있다.
13일 서울 강남역 화장실에서는 세면대 맞은 편에 마련된 거울을 보며 무선 고데기로 머리를 정돈하거나 화장을 고치는 여성들로 붐볐다. 고데기를 하다 옆 사람에게 팔이 닿아 옆걸음질 치는 장면도 종종 눈에 띄었다.
강남역보다 규모가 협소한 대학가의 또 다른 화장실에서는 세면대까지 차지한 채 단장을 하는 여성들이 적잖다. 별도로 마련된 ‘간이 파우더룸’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작아 비롯된 문제였다.
이에 대해 대학원생 최모(25ㆍ여) 씨는 “지하철 안에서 하는 것 보다야 화장 정도는 화장실에서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얼마 전, 핸드 드라이어 코드까지 뽑곤 고데기를 사용하는 어린 학생들을 본 적이 있는데,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지나친 피해를 끼치는 건 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4ㆍ여) 씨도 “화장을 고치는 정도야 괜찮지만, 뒤에 사람이 있는데도 보란듯이 ‘풀메이크업’을 하거나 고데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가려서 눈치껏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반면 화장실 내에서 화장을 하거나 고데기를 사용하는 여성들을 문제삼을 게 아니라, ‘파우더룸’ 확충 등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적잖다
직장인 문모(27ㆍ여) 씨는 “일본같은 나라에서는 공중화장실에 여성들을 위한 파우더룸을 널찍하게 마련해두기도 한다”면서, “좁은 화장실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 에티켓도 물론 필요하지만, 파우더룸을 확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혜림ㆍ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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