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의 도발이 연달아 이어지자, 전 세계 각국은 역사문제에 민감한 동북아지역 정세를 우려하며 일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범’ 일본이 도리어 몽둥이를 들고 일어서는 적반하장(賊反荷杖)격 행동에 피해 당사국인 한국,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등 각국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행동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은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각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강조하고 있다.

▶주일 각국 대사들 일침, 독일은 “과거사에 정직해라”비판=최근 티모시 힛친스 주일 영국대사는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한 강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관련 “신중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힛친스 대사는 “국가간 갈등에는 각자 주장을 반복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일본 측에 한ㆍ중과의 정상회담 등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못을 인정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법의 지배 아래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일 미국대사관 역시 아베 총리의 도발행동 직후 “일본이 이웃국가들과의 긴장을 학화시키는 행위를 한 것에 실망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에게 전화로 이같은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도 이에 대한 ‘실망감’을 재차 확인하고 “각자의 행동에서 과거사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인 독일도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 “과거사에 정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대변인인 슈테펜 자이베르트는 “모든 국가들은 20세기에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서 자신들이 했던 역할에 대해 정직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며 아베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정직한 책임을 토대로 해야 비로소 과거의 적들과의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며 “독일은 이를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독일의 과거사 청산 노력을 살짝 언급한 것이다.

이밖에 주요 외신들도 비난 여론을 이어갔으며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사설에서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텔레그래프도 과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비교해 “아베의 참배는 훨씬 더 도발적인 제스처”라고 평가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칼럼을 통해 “2013년은 동아시아에서 낭비된 해”라고 전했다.

▶각국의 과거사 씻기,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 추진도=과거사와 관련한 일본의 망언과 도발행동은 종종 독일의 과거사 청산 작업과 비교된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7일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기념일엔 독일 의회가 러시아의 전쟁 피해자를 초청해 연설을 경청했다. 연방하원엔 조기가 걸렸고 메르켈 총리와 의원들은 연설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쳤다.

독일은 패전 직후 폴란드에 오데르-나이센선 동부 지역 11만㎢를 반환했고 프랑스엔 갈등의 씨앗이었던 알자스-로렌 지방을 양도했다. 나치의 상징이었던 하겐크로이츠 깃발은 형법에 따라 사용을 금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홀로코스트 피해 보상금으로 지난해까지 700억달러(약 76조원)을 썼고 역사 인식 개선을 위해 수십 년만에 프랑스와 공동으로 역사교과서를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독일 외에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끊임없이 과거사 청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은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케냐에 국가차원의 배상을 하고 있고 이탈리아도 과거 식민지였던 리비아에 사죄하고 국가차원에서 50억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프랑스는 100년 전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을 단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프랑스 의회는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1915년 저지른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부정하면 최고 1년의 징역과 5만8000달러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법안을 입법화했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