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한국노총의 결렬 선언으로 결국 실패로 끝난 노사정 대타협은 정부와 이해 당사자들의 무책임ㆍ무소신ㆍ무능력이 빚어낸 예고된 결과다.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한 채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던 노동계와 경영계, 뚜렷한 전략 없이 중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정부, 이 삼박자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실패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5대 수용불가 사항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입장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노사정대타협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5대 수용불가 사항은 ▷해고요건 완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완화 ▷비정규직 규모 확대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 개편▷휴일근로연장근로 포함의 단계적 도입 등이다. 이는 기존 일자리, 임금 등 어느 하나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 노동계가 애초부터 타협의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의 근거다.
정부와 재계 또한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는 안을 내놓지 못하고 내내 끌려다니다 3개월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결국 이들이 일자리를 만들고,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을 완화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소신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질 의지가 있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전략 없이 협상에 나선 정부의 무능도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주요 쟁점들 죄다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들이어서 처음부터 합의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접근해 실마리를 풀어야 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협상 전략 없이 모든 쟁점을 ‘일괄타결’ 방식으로 합의한다는 자세로 임하다 노총의 불만만 샀다.
현재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들이 정치인들이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라는 점도 문제다. 4ㆍ29 재보궐 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각 이해집단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이들이 과연 강단있게 나설 수 있느냐는 거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노동시장 개혁마저 불발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 교육 등 나머지 개혁과제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급함을 버리고 개혁에 단계적, 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처음부터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개혁을 한꺼번에 추진해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별도의 개혁 기구를 설치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별 부처 장관이나 위원회가 개혁을 추진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이 개입하면 개혁이 더 힘들어져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호상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개혁이란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려면 이를 주도할 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국무총리 산하에 개혁 기구를 둬 여기에 힘과 권한을 실어줘야 강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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