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가격하락 → 물량축소 →가격상승 中 자급률 증가로 기존 사이클 적용 안돼 합성 원료 · 수지 · 고무 등 수익성 악화 장기화 롯데케미칼 · 삼성석화 등 가동률 감축 불가피
전통적 사이클산업인 석유화학업계가 장기불황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의 자급률 증가, 셰일가스와 석탄화학의 도전 등으로 기존 사이클의 붕괴 조짐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석유화학 부문은 이미 전통적 사이클 산업의 특성이 붕괴됐다. 범용제품의 수익성 악화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09~2011년 지속된 석유화학업계의 유례없는 호황은 중국의 급격한 수입 증가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자급률을 급격히 높이면서 석유화학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공급과잉-가격하락-물량 축소-가격상승’의 시장조정 기능이 중국의 자급률 증대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석유화학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발간한 ‘중국 석유화학 신증설에 따른 교역구조 변화’ 보고서에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7년 중국의 석유화학 부문 생산증가율(11.7%)이 수요증가율(6.7%)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수입은 2013년 3061만t에서 2017년 1883만t으로 축소하고, 자급률은 73.7%에서 87.5%로 상승한다. 특히 합섬원료,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 3대 부문별 수입물량은 2010년 3965만t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화학섬유 제품의 중간원료인 TPA 수입은 지난해 299만t으로 전년 대비 약 50% 감소했다. 나일론 및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되는 카프로락탐 수입도 전년 대비 30%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 롯데케미칼, 삼성석유화학 등 TPA 생산업체들의 대중국 수출도 43.5% 감소했다.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카프로는 지난해 말 울산공장 일부 생산을 중단했다. 국내 업체들은 일부 물량을 인도 등 대체시장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중국시장 의존도가 워낙 높아 가동률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은 페트병 원료로 쓰이는 PET칩, 건축자재로 활용되는 PVC, EPS 등 합성수지 부문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일부 품목에서는 이미 자급화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쓰고 남은 물량을 인도, 일본, 러시아 등 인근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화학업체들의 주력 품목인 합성고무, PP 등도 올해부터 수출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12차 5개년(2011~2015) 화학신소재 자급화 정책 추진으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특수고무도 자급률이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의 PX(파라자일렌), 올레핀, 톨루엔, 벤젠 등 기초유분 중간원료의 대중국 수출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나, 이 또한 2015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PX공장이 대규모 증설돼 올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사이클 붕괴의 또 다른 요인인 글로벌 경기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건설과 조선 경기 활황을 거쳐 최소 6개월 후에야 석유화학 산업에서 체감된다. 공장 증설 등은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차별화된 기술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LG화학을 비롯한 선두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범용제품 생산을 축소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능력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PET, PVC 등 한 번 개발된 소재가 수십년간 경쟁력을 갖는 산업인 만큼 제조원가를 낮추는 공정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은 미국 셰일가스 시장에 직접 진출해 원가 경쟁력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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