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메르스 확산에 따른 사회적인 불안감을 틈타 한몫 챙겨보려는 이른바 ‘메르스 마케팅’이 판을 쳐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민의식이 실종된 대표적인 ‘메르스 한탕주의’는 메르스 파문으로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사재기해 이를 되파는 행위다.

실제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보유하고 있는 마스크를 판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메르스 파문으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마스크 품귀 현상을 이용해 이익을 챙겨보자는 심산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피해자도 발생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몫?…눈총받는 메르스 진상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5) 씨는 갈수록 확진자가 늘어나자 마스크를 사겠다고 결심하고 한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했다. ‘메르스 마스크’라고 검색하자 수백 개 마스크가 일순간 쏟아져 나왔다. 김씨는 이 가운데 정부가 제공하는 마스크라고 알려진 N95 제품을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업체에 전화해보니 황당하게도 “물량이 없다”며 취소해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이럴거면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올리면 안 되는 것 아닌지, 한몫 챙기려는 꼼수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메르스 공포를 이용한 마케팅도 횡행하고 있다.

메르스 예방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공기청정기나 살충제까지 ‘메르스 예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온라인 쇼핑몰에 등장하고 있다.

‘메르스 예방’이나 ‘면역력 증진’이라는 수식어는 요즘 같은 때에 ‘마법의 단어’인 셈이다.

동탄지역의 한 사진관은 ‘메르스처럼 빠른 입소문’이라는 내용의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창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시류에 뭐가 잘 팔릴까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메르스에 관련해서도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공포를 이용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더 큰 불신을 조장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신을 희생하며 확산방지에 나서는 등 시민정신이 발휘되는 사례도 알려지며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입점한 한 식당 업주는 감염자가 식당에 다녀갔다는 것이 확인되자 5일간 자진 휴업을 결정하고, 직원들에게도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조치를 취했다. 메르스 확산 방지에 영업손실을 감수한 셈이다.

또 경기 성남에서 아내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알린 남성도 화제가 됐다. 이 남성은 “아내의 확진 소식도 충격이었지만, 더 큰 불안과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자녀 학교에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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