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없이 놀다 공부하려니 왕짜증…폭행사건등으로 경찰서 들락날락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상담 인연…“이렇게 살지말자” 굳은 결심 2개월 준비끝 당당히 합격
“5년동안 놓았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너무 짜증이 났어요.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특히 수학은 숫자인지 영어인지 모를 정도였죠.”
25일 서울 구로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꿈드림’에서 만난 김태현(19) 군은 검정고시 합격에 대한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짧지만 누구보다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이렇게 첫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2015년도 제1회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김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 둔 ‘학교 밖 청소년’이다. 동네에서 알아주는 ‘싸움 짱’이었다. 학교를 나온 이유도 폭력 문제에 휘말리면서였다.
전학과 자퇴,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학교의 권유에 치기를 부려 학교를 뛰어나왔다. 이후 주유소, 배달, 트럭 상하차, 경호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원없이’ 놀았다. 학교 밖에서도 폭행사건 등으로 경찰서를 수차례 오갔다. 김군이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처음 찾은 계기도 다름아닌 폭력사건 때문이었다.
지난해 폭력과 공갈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 군은 그해 12월 법원으로부터 교육수강 명령을 받아 센터에서 처음 상담을 받게 됐다. 그 전까진 이런 센터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김 군은 “2개월간 상담을 받다보니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특히 그 즈음 친구를 통해 어떤 형을 만나게 됐는데, 그 형의 인생이 정말 밑바닥으로 보였다. 나도 이렇게 살면 형처럼 될 것만 같아 검정고시를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김 군은 불과 2개월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지금은 무역업 종사를 꿈꾸며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밖 아이들이 김 군처럼 상담을 거친다고 해서 검정고시 준비나 직업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차인숙 구로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팀장은 “김 군의 경우엔 본인이 상담을 받으며 생각을 바꾼 케이스지만, 많은 청소년들은 오랜 시간 방황하며 자기 탐색 시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청소년 상당수가 학교를 나온 후 1~2년간 방황을 거친 뒤에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발적으로 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1만4953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센터를 찾았다.
물론 센터에 오더라도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차 팀장은 “센터도 또 다른 학교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여길 와도 같은 문제에 봉착할 때가 많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아이 한 명에게 선생님 3명 정도가 붙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만 한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낮과 밤이 바뀌어 오전 등교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겐 아침마다 센터 선생님이 모닝콜을 해주는 식이다. 검정고시 시험 한달 전에는 선생님 주도 하에 ‘일찍 일어나기 연습’을 하기도 한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인 만큼, 상당한 노력과 지원을 기울여야 하는 셈이다. 지역 사회의 지지와 지원도 필요하다.
차 팀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이들을 둘러싼 인적ㆍ물적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도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선 지역사회에 다양한 수업 및 활동의 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교를 그만둔 아이를 패배자나 낙오자라는 시선을 보내기보단 또 하나의 선택을 했다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혜림 기자/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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