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이나 가치관을 반영해 사옥 짓는 부자들 - 알리바바 마윈의 사옥은 집무실ㆍ회의실 이름 ‘소설 속 배경’에서 따와 - 리카싱은 철저히 풍수원리에 기대 사옥ㆍ집무실 등 마련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불행해지려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일은 행복의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 자체가 행복인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꼭 일중독자는 아니다. 업(業)을 세우는 것 자체로 행복을 느낀다. 특히 큰 부(富)를 거머쥔 슈퍼리치들이 그렇다.

일을 하며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터부터 즐겁고 편안해야 하지 않을까. 부호들이 스스로 세운 일터를 즐겁고 편안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자연스레 이들 슈퍼리치가 계획한 회사 건물 안팎엔 자신들의 취향이나 가치관 등이 깊게 배어있다.

▶‘소설’ 속 배경으로 가득 찬 마윈의 일터=중국 항저우(杭州) 위항구(餘杭區)에 자리한 전자상거래업계 거물 알리바바 본사. 마 회장은 사옥의 내ㆍ외관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우선 중국숫자 7(七)을 연상케 하는 건물 인테리어다. 건물 층수도 7층이다. 마 회장은 “7은 고대 중국인들이 행운의 숫자로 여겼었다”고 설명한다. 건물 외관에도 알리바바의 중요한 가치관 중 하나인 ‘상호연결성’ㆍ‘역동성’등을 담았다.

특히 이곳엔 창업주 마윈(馬雲ㆍ51) 회장의 개인적 ‘판타지’도 곳곳에 숨어있다. 바로 소설 속 배경이다. 그는 어린시절 진융(金庸ㆍ91)의 무협소설 마니아였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우선 마 회장의 집무실 이름은 ‘도화도(桃花島)’다. 이는 진융이 쓴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섬 이름이다. 작품 속의 도화도 또한 뜻 그대로 복숭아꽃이 만발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다. 그러나 미로처럼 배치된 탓에 외부 침입이 불가능한 요새로 묘사된다.

이뿐 아니다. 알리바바 임직원의 회의실은 ‘광명정(光明頂)’이다. 역시 진융의 무협소설 ‘의천도룡기’ 속 배경이다. 이곳은 작품 속 가장 중요한 전투장면의 배경으로 그려진다.

마 회장의 일터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소설 속 인물과 진배없다. 모두 별호(別號)가 붙어있는 탓이다. 역시 마 회장이 지었다. 특히 자신은 스스로 ‘풍청양(風淸楊)’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풍청양은 진융 소설 ‘소오강호’에 나오는 무림 고수(高手) 이름이다. ‘독고구검(獨孤九劍)’으로 불리는 검법의 전수자로 묘사된다. 이 무술의 핵심은 일종의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항상 적의 형세를 먼저 읽고 공격하면 상대는 어쩔 수 없이 방어에 치중한다는 이치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태극권 시범 동영상
(제목을 누르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 회장은 무협소설 마니아다. 자신의 사옥 내 집무실과 회의실 등에 무협소설 속 배경 이름을 붙인 이유다. 태극권 같은 중국 전통무술 또한 마 회장의 취미 중 하나다.

소설 속 풍청양이 무술을 가르치는 것처럼, 마 회장 또한 알리바바의 가치관을 ‘독고구검’에 빗대 직원들에게 설파한다. ‘고객제일’ㆍ‘협업’ㆍ‘변화에 맞서라’ㆍ‘낙관에 기반한 열정’ㆍ‘일에 대한 존중’ 등이다.

사옥과 직원에게 주입된 소설 속 판타지는 마 회장에겐 현실이다. 말 그대로 공격적인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 중국 벤처투자 정보업체 콰이리위(快鯉魚)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바바가 투자한 기업만 33곳에 달한다. 아울러 마 회장의 순자산도 항저우 본사에 입주한 2009년 이후 5년간 19배가량 수직상승했다.

▶외관부터 집무실까지 ‘풍수’로…리카싱 빌딩=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86ㆍ순자산 279억달러) CKH홀딩스(전 청쿵그룹) 회장은 철저히 풍수(風水)에 기대 자신의 일터를 지어올린 사례다. 리카싱 회장이 세운 것은 홍콩 빅토리아만을 내다보고 있는 70층짜리 청쿵(長江)타워다.

1995년 대지면적 총 1만1705㎡에 대한 건축 허가를 받아 1999년 완공한 이 건물은 지붕까지 높이가 283m다. 리 회장 측은 연면적 11만7000㎡인 이 빌딩을 짓는 데 4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썼다.

재미있는 건 ‘리카싱 빌딩’이 풍수상 대립하는 두 건축물 사이에 세워졌다는 것. 바다에서 바라본 이곳 왼쪽은 1989년 세워진 중국은행 건물(367m)이다. 오른쪽엔 179m높이의 HSBC은행(1986년 준공)이 자리했다.

이를 두고 내놓은 현지 풍수전문가들의 평이 흥미롭다. 먼저 세워진 HSBC 건물은 홍콩을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을 상징한다. 빌딩 자체가 ‘우물’이 돼 땅 기운을 빨아들이고 정면 입구를 산 쪽으로 향하게 해 용맥(龍脈ㆍ산줄기의 기운)도 받게 지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행 자리는 홍콩의 기(氣)가 뭉친 곳이라고 한다. 홍콩 주권반환(1997년)을 앞두고 중국이 영국의 기를 꺾으려고 날카로운 칼날 모양의 ‘중국은행’ 건물을 HSBC 바로 옆에 세웠다는 이야기다.

자연스레 뒤늦게 들어서는 리카싱 빌딩은 기존 건물 간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게 리 회장 전용 풍수사(風水師)들의 의견이었다. 중간에 자리한 청쿵센터가 중국은행 빌딩보다 높지 않고 HSBC건물보단 높은 이유다.

리 회장은 풍수사들 의견을 받아들여 빌딩의 높이를 직접 결정했다. 당시 설계를 맡은 아르헨티나 출신 건축가 시저펠리는 “리 회장은 풍수를 믿는 사람이었다”며 “풍수사들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름모꼴인 이 빌딩의 모양도 옆 건물과 풍수 충돌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뿐 아니다. 청쿵센터 꼭대기인 70층에 자리한 리 회장 집무실(20㎡ㆍ6평 규모)도 상대적으로 소박한 편이다. 현지 언론들은 “실내 집기배치도 음양(陰陽)의 조화를 맞춘 것으로 사치와 거리가 멀다”고 평했다.

이처럼 세밀한 부분까지 풍수 원리를 적용해서일까. 리 회장의 회사는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거치면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그가 소유한 부동산 전문기업 ‘CK부동산’은 5월 현재 중국 21개지역 1970만㎡(구 596만평)ㆍ4201억위안(74조828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이들 자산 가격은 2013∼2014년에 걸쳐 65%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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