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등 특정분야 다루는 신생미디어 기존 언론 한계 뛰어넘으며 급성장
블로그 연결한 새로운 형태의 고커미디어 마니아 커뮤니티서 전문매체로 발돋음한 복스미디어·바이스뉴스 등 주목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ㆍ김현일 기자]“복스 미디어(Vox Media)에 지원할 500명이 추가됐다”
지난해 2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을 비롯해 피플, 포츈 등을 발행하는 ‘타임’이 전체 임직원 7800명의 6%에 해당하는 5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운영하는 온라인매체 슬레이트의 한 기자는 이같은 트윗을 올렸다.
대표적인 전통 미디어에서 해고된 직원이 생긴 지 몇년 안된 온라인 미디어로 이동할 것이라는 한 기자의 발언은 현재 대변환기를 맞이한 전세계 언론환경을 잘 보여준다. 복스미디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매체들을 거느리고 있는 신생 미디어그룹이다.
전통 매체가 일반 뉴스(General News) 생산에만 집중해 고전하는 사이, 특정분야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생 미디어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혁신적 사고방식을 가진 창업자들이 세운 신 미디어들은 유연한 조직 문화에 탄탄한 자금력까지 확보하면서, 기존 언론을 인지도 및 영향력에서 넘어서기도 한다.
▶미디어 변혁기, 새로운 생존 방식=미디어 변혁기를 맞이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전통 언론사로는 파이낸셜타임즈와 이코노미스트 등 극소수의 매체만이 거론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반 뉴스보다 특정 뉴스 생산에 집중해 살아남았다. 이코노미스트 관계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제 아무도 일반 뉴스를 보지않는다. 우리 기사는 전부 의견과 분석이다. 또 경제와 국제 문제에만 집중한다. 이게 성공의 이유”라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설립돼, 불과 10년 만에 유력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한 언론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규모로 시작,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짧은 기간에 미디어제국을 일군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고 오직 온라인 기사에만 승부를 걸었다.
고커 미디어(Gawker Media)는 다양한 블로그들을 한 데 모아 서비스하는 ‘블로그 네트워크’이다. 영국 명문인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파이낸셜타임즈의 기자로 일한 닉 덴튼(Nick Denton)이 2002년 설립했다. 블로그 기반 네트워크에 대한 아이디어는 기자와 독자가 동일한 선상에 위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고커미디어는 남다른 시각의 뉴스를 수천만 독자들에게 전달해 영향력 있는 미디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가십 전문 웹블로그 ‘고커닷컴’(Gawker.com)과 스포츠 전문 블로그 ‘데드스핀’(Deadspin), 생활 전문 블로그 ‘라이프해커’(Lifehacker) 등 9개의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각 사이트마다 전문 블로거들을 채용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키웠다. 고커닷컴의 보도는 국내 언론에서도 자주 인용 보도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이 인기를 얻어 관련 매출이 늘면서 덴튼의 자산도 1억달러로 뛰었다.
복스미디어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뜨고 있는 매체다.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복스미디어 산하에는 기술 분야 매체 더 버지(The Verge), 스포츠블로그 네트워크 에스비네이션(SBnation), 음식 관련 미디어 이터(Eater) 등 8개 온라인 매체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복스미디어는 창업 때부터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정치 논쟁사이트 데일리코스(Daily Kos) 창업자인 마코스 물릿사스(Markos Moulitsas)와 정치전략가 제롬 암스트롱(Jerome Armstrong), 프리랜서 작가 타일러 블레진스키(Tyler Bleszinski)가 2003년 공동 창업했다. 세 창업자의 자산은 모두 합쳐 5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일반 뉴스’의 종말=특정 전문 미디어는 작지만 강하다. 이들 매체의 특징은 모든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치나 스포츠 등 전문 분야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외곽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본사를 둔 폴리티코(Politico)는 정치 분야에만 집중한 미국 최초의 미디어다. 폴리티코는 의회를 중심으로 정치라는 하나의 주제에 초점을 맞춰 뉴스를 생산한다.
미디어그룹 캐피틀 뉴스컴퍼니(Capitol News Company) 창업자 로버트 알브리튼(Robert Allbritton)과 변호사 및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프레데릭 라이언(Frederick Ryan)이 2007년 공동 설립했다.
창간 당시 WP의 정치부 편집국장인 존 해리스 등 미국 유명 언론사의 정치 전문기자들이 대거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폴리티코는 특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포괄하는 탄력적인 매체다. 의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일간으로, 휴회 중에는 주간지 형식의 오프라인 신문을 발행한다.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소속 기자들의 기사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수익구조도 다양하다. 에너지 및 의료 등 특화 정보가 담긴 폴리티코 프로는 온라인 구독료를 받는다. 의회와 관련된 각종 강연 등을 통해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 두 창업자의 자산은 2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폴리티코의 영향력이 커지자 라이언 창업자가 최근 경쟁사인 WP의 발행인으로 영입됐다.
블리처리포트(Bleacher Report)는 스포츠 분야만 다루는 매체이다. 스포츠만 다루다 보니 이용자의 90% 이상이 남성이다. 블리처리포트는 고커미디어처럼 블로그와 뉴스를 결합시킨 형태이다. 전직 기자, 자유기고가 등 다양한 독자가 글을 작성해 홈페이지에 올리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기고자들은 기사의 트래픽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하지만 스포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아마추어 팬들이 자신의 생각을 적어 올리다보니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기사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리처리포트는 데이비드 피노키오(David Finocchio) 등 스포츠광팬이자 고교동창(미국 캘리포니아주 메늘로스쿨(Menlo School) 남성 4명이 공동 설립했다. 2012년 미국 방송 ‘터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TBS)’에 2억달러에 인수된 이후에는 전문 스포츠 기자를 확보해 질높은 기사 생산에 힘쓰고 있다. 공동창업자 4명의 자산은 모두 합쳐 2억달러로 추정된다.
▶‘편견 뉴스’를 파는 시대=새로운 미디어는 단순히 상업언론만을 지향하지 않는다. 중립만을 추구하지 않고 특정한 방향성을 가진 ‘편견’을 팔기도 한다.
바이스 뉴스(Vice News)는 소위 ‘나쁜’ 매체로 불린다. 전쟁과 테러, 마약과 범죄, 폭력 등에 대해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영상 뉴스 전문 상업 매체이기 때문이다.
바이스뉴스는 캐나다 언론 기업 바이스미디어(Vice Media)그룹 공동 창업자인 스루시 앨비(Suroosh Alvi)와 셰인 스미스(Shane Smith)가 2013년 공동 창업했다. 캐나다에서 문화 잡지로 시작한 바이스미디어그룹은 패션과 음악, 기술 전문 매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덕분에 바이스뉴스는 상업 광고를 연상케 할 정도로 독특한 시각의 국제분쟁 관련 영상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구타장면 등 잔혹한 내용이 포함된 영상의 길이는 보통 10분, 길면 40분에 달한다.
이처럼 돈이 되는(?) 뉴스를 생산하는 바이스뉴스는 2013년 루퍼트 머독의 폭스사가 7000만달러를 투자했다. 2014년에는 허스트미디어와 디즈니사가 공동으로 지분 10%를 2억5000만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바이스뉴스는 전 세계 35개국에 100여명의 기자를 파견하고 있다. 앨비와 스미스의 자산은 각각 4억달러에 이른다.
탐사보도 등 전통 저널리즘의 영역에도 도전하는 신생 미디어도 있다. 온라인 옥션사이트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는 2013년 새로운 독립언론 미디어그룹인 ‘퍼스트 룩 미디어’(First Look Media)를 조직했다.
이어 ‘스노든 NSA 폭로’ 특종을 한 글렌 그린월드 전 가디언 기자 등을 영입해 이듬해 탐사보도 전문 사이트인 ‘더 인터셉트’(The Intercept)를 창간했다. 그가 밝힌 퍼스트룩미디어의 설립 목적은 사회문제 해소였다. 실제 더 인터셉트는 최근 미국 정부가 감시하는 테러리스트 선정 기준 자료를 단독 입수, 보도하기도 했다.
더 인터셉트에 이어 특정 공동체를 겨냥한 타깃형 미디어로 정치 풍자 사이트 라킷(Racket)도 창간했다. 하지만 라킷은 발행인과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최근 발행이 중단됐다.
이처럼 특정 미디어의 미래가 마냥 장미빛인 것만은 아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오미디야르도 한 인터뷰에서 비영리를 추구하는 퍼스트 룩 미디어를 앞으로 5년 정도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오미디야르의 자산은 83억달러로 평가된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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