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폐지땐 견제 약화 우려…새 지도부 구성 총선 뒤 못박아 사무총장 대신할 5본부장 임명권…공직자평가위원도 당대표에 권한 수박 겉핥기식 혁신안 비판 나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2차 혁신안을 두고 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 제도를 폐지하고, 외부위원으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오히려 당 대표의 권한만 강화시킨다는 의견이다. 당 대표를 견제할 최고위는 없애면서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기구 위원장 및 위원의 임명권은 그대로 당 대표가 갖도록 하는 것이 이유다.

일각에서는 혁신의 칼 끝이 교묘하게 문재인 대표를 빗겨가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9일 ‘2차 혁신안’을 살펴보면, 우선 혁신위는 당 내 계파 갈등의 원인을 최고위에서 찾았다. 현 최고위가 대표성은 없고 권한만 많아 ‘계파 대리인의 권력 각축장’으로 변질됐다는 분석이다. 혁신위는 내년 총선 이후 최고위를 폐지하고 지역, 직능, 계층, 세대, 계층 부문의 대의성이 반영된 새로운 체제를 구성하기로 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중앙운영위 내에 상임중앙위를 두고 각 부문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참여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최고위원들의 당 대표 견제 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는 당 대표가 최고위원들 설득 과정을 거쳐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구조인데, 최고위가 폐지되면 당 대표를 견제할 세력이 사라진다는 우려다. 한 당직자는 “당 대표의 전횡을 막을 장치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 오히려 대표로 권력이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위가 새로운 지도부 구성 시점을 내년 총선 이후로 못박은 것을 두고도 ‘문재인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위는 최고위 폐지안을 오는 9월 중앙위에서 의결하고, 총선 직후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혁신위는 문 대표도 교체의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문 대표는 이미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총선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게다가 새정치연합 당헌25조는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차피 총선 이후에는 대선 출마를 위해 물러날 예정인 문 대표를 교체 대상으로 보긴 어렵다. 혁신위가 오히려 문 대표의 대표 직을 내년 4월까지 보장해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무총장제 폐지도 수박 겉핡기 혁신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무총장을 대신할 5본부장(총무본부장, 조직본부장, 전략홍보본부장, 디지털본부장, 민생생활본부장)의 임명권이 그대로 당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내 6대 공천기구 위원장 임명권도 당 대표에게 있다. 사무총장 인선 갈등의 본질은 공천권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힘 겨루기인데 당 대표의 임명권을 그대로 유지하면 사무총장을 폐지한들 갈등은 또 불거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당직자는 “당 대표의 권한이 그대로라면 사무총장만이 아니라 조직부총장, 사무부총장 등 다른 당직 인선에서도 똑같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이번에 사무총장이 문제가 되니 이걸 없앤다는 식의 해법인데 본질을 못보고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혁신위가 1차 혁신안으로 제안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도 당 대표 권한을 키워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평가위원 전원을 외부인사로 꾸려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것이 혁신위의 생각이지만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전원의 임명권은 당 대표에게 있다.

혁신위 측은 “당헌당규상 당내 인사권은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대신 대표가 평가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위원을 임명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인사 영입을 두고 매번 계파 논란이 있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당 대표에게 임명권이 있는 한 위원회의 객관성을 설득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한 당내 관계자는 “대표가 임명한 위원장이 위원 구성을 대표와 논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긴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공천에서 대표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등 추가 혁신안들을 통해 대표 권한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새로운 지도부 체제도 이같은 부분을 충분히 반영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9일 오전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보완수준이 아니라 근본적 개혁과 본질적인 혁신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