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 경기 고양시 대로변의 한 편의점, 회사원 정모(25ㆍ여) 씨는 1200원짜리 음료수를 계산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주인은 “5000원 이하는 현금만 받는다”며 정씨에게 현금을 요구했다.
정씨는 카드 가맹점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적은 금액을 사는데 카드를 내민 것도 민망했던 터라 주머니를 탈탈 털어 결국 현금으로 음료수 값을 지불했다. 정씨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좋은 게 좋은거지’ 생각하며 결국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서면서 그동안 시민 불편을 초래했던 영세업체들의 ‘카드 사절’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거나 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매년 여신금융협회에 접수되는 거래거절부당대우 신고 건수는 3000~4000여 건. 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지금도 소액결제에 대한 ‘카드 사절’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슈퍼, 음식점, 옷가게 등에서 기준 금액을 정해놓고 ‘이 이하는 현금만 받는다’거나 ‘싸게 해 줄테니 현금을 달라’는 등 현금 결제를 요구하고, 또는 ‘카드를 낼 거면 10퍼센트 얹어 계산하라’고 유도하는 식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2.10%, 직불카드 1.52%, 선불카드 1.51%였다.
상인들은 카드 수수료 부담이 높아 현금 결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 사장 구모(72ㆍ여) 씨는 “우리 가게에선 수수료를 3% 가져가는데 나가는 금액을 보면 꽤 커서 한번씩 부담을 확 느낀다”고 말했다. 또 구씨는 “시장에서 식재료를 산다거나 할 때 현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손에 떨어지는 현금 손님이 훨씬 반가운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경기 남양주시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을 경영하는 주모(44ㆍ여) 씨는 “요즘은 학생들도 부모님들이 다 체크카드를 만들어 줘서 열에 여덟은 카드 손님이다”라며 “카드사가 딱히 해 준 것도 없는데 매달 30여만원씩 훅훅 수수료를 가져가니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 인하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올해 3월 취임 당시 “연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김제남 정의당 의원 주재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정치권도 일제히 카드 수수료 인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영철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사무국장은 “수수료만 낮춰도 카드 사절하는 가게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통상 영세사업자의 순수이익률이 3~5% 사이인데 카드 수수료도 그만큼 내기 때문에 지금 수수료로는 사실상 집으로 가져가는 돈이나 카드사에 내는 돈이 엇비슷해진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국장은 특히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카드사가 은행에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수수료로 버는 돈은 그대로니 카드사의 마진 폭만 점점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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