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6·25 전쟁의 폐허 위에 변변한 산업 기반시설 하나 없이 가난했던 나라가 지금은 자동차와 조선, IT,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세계와 어깨를 견주며, 기술 혁신과 신지식 창출을 통해 글로벌 첨단기술을 다수 보유한 선진 산업국가로 성장했다.
우리의 고도 첨단기술은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산업스파이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고, 실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 기술의 불법유출은 단순히 개인이나 개별 기업의 피해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 손실 및 국가안보에도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천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유관기관·학계·기업인들이 참석하는 산업보안협의회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술 개발에만 몰두한 나머지, 보안설비나 직원들 관리에는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며 탄식했다. 전력 신기술을 보유하고 절전기기를 생산해 수출하던 이 기업은, 간부급 직원 세 명이 경쟁사에 핵심기술을 빼돌리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자칫 해외로 흘러들어 갔다면 국가 기간산업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뻔한 아찔한 경우이다. 경찰은 첨단 산업기술의 보호와 불법유출에 대한 수사를 위해 2010년에 산업기술유출수사대를 출범시켜 현재 8개 지방청에서 활발한 수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디지털포렌식 증거분석 장비를 도입하고, 수사역량 강화를 위하여 전문 기관 및 대학에 수사관 위탁 교육을 실시함과 동시에 해외 공조수사 체제도 정비했다. 아울러, 경찰청 내에 수사 자문·지도 역할을 하는 산업기술유출수사 지원센터를 설치하여 기술유출 전문 수사체계도 확고히 구축하였다.
또한, 중소기업청·특허청과 협력하여 기술유출 예방 홍보교육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무역위원회와는 수사 이후 과징금·시정명령 등 행정제재를 병과할 수 있는 공조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경찰 수사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한편 해당 기업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도 힘쓰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 수사대가 출범하기 이전에 매년 20여건 수준에 머무르던 처리건수가 이후 대폭 증가하여 2014년도에는 총 111건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대표적인 검거 사례로는 국내 대기업 기술직 연구원이 로봇청소기 제작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중국 경쟁사로 유출한 사건, 초고속 포장 기계 설계도면을 몰래 빼돌려 일본 업체로 이직한 해외영업부장을 적발한 것이 있다. 이같이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기술은 산업스파이의 주요 먹잇감이다. ‘산업스파이는 21세기 가장 큰 사업 중의 하나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전망대로, 빼내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소리없는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날로 격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경찰은 국내 산업현장을 누비며,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 핵심기술을 호시탐탐 노리는 산업스파이 근절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런 경찰의 노력이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국부유출을 방지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 활성화의 작은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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