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경찰이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경호·경비용으로 받았던 특별 예산 중 대부분을 야간용 LED(발광다이오드) 폴리스라인 구입에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 교황의 일정이 대부분 주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혈세낭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작성한 ‘2014회계연도 결산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청은 작년 8월 교황 방한 당시 경호·경비를 위해 총 6억5000만원의 예산을 예비비로 배정받았다.
경찰청은 이 중 93.2%에 해당하는 6억600만원을 LED 폴리스라인 총 4700개(구형 4000개, 신형 700개)를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LED 폴리스라인은 야간에도 집회·시위 등의 현장에서 LED 광원을 이용해 질서유지선 식별을 가능케 만든 바리케이트형 구조물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황 방한에 따른 대규모 야외 행사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예비비를 사용해 LED 폴리스라인을 구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황의 공식 방한 행사는 모두 주간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경찰이 면밀한 검토 없이 교황의 경호·경비와 큰 연관성이 없는 곳에 예산을 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단순히 평소 필요했던 물품 구입으로 전용(轉用)한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교황이 작년 한국에서의 스케줄을 보면 첫째날(8월 14일) 마지막 일정은 오후 5시 반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가진 ‘한국 주교와의 만남’이었다.
둘째날부터 넷째날까지 3박4일간의 모든 최종 일정도 모두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이뤄졌다. 마지막 날 출국 시간도 오후 1시였다.
안행위 수석전문위원실 관계자는 “교황 방한 행사가 낮에 이뤄졌고 일반적으로 집회·시위 현장에서 테이프, 차단봉 등 다양한 종류의 폴리스라인이 활용된다는 점에서 야간 발광기능이 있는 LED 폴리스라인을 대량으로 구입할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경찰은 이미 2844개의 LED 폴리스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중 656개만 파손된 상태였고 나머지 2188개는 사용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경찰이 정식 예산도 아닌 예비로 기보유 규모의 1.65배에 해당하는 수량을 단번에 구입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경찰청은 이에 대한 예산으로 4000만원을 편성받았다. 하지만 조달업체와 계약을 늦게 추진하는 바람에 교황 방한 한달 후인 작년 9월에 이를 납품받게 된다. 방한은 작년 3월에 결정됐는데, 경찰청은 5월에야 조달을 추진해 예비비를 중복 항목에 집행되게 만드는 등 결국 경찰의 늑장조치가 혈세 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수석전문위원실 관계자는 “경찰청이 통상적으로 조달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계약 추진을 앞당겼더라면 필요 수량 중 일부를 미리 확보해 예비비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경찰은 교황 방한이 결정된 시점보다 2개월이 지난 5월 이후에 조달을 추진해 방한 후 납품받음으로써 예산 집행의 비효율을 야기시켰다”고 꼬집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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