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봉 회장은 한섬 창업자다. 그는 한섬을 1987년에 세운 뒤 타임, 마인 등 브랜드로 국내 고급여성복 시장을 평정했다. 그런 회사를 2012년 4200억원에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했다. 이로써 회사의 처음과 끝을 그의 당대에 함께했다.

그리고 매각 자금을 전부 들고 전혀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 럭셔리 리조트였다. 재작년 문을 연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스파 앤 스위트’가 그의 작품이다. 강이나 바다 등 물가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그는 8년 전 이곳을 보고 한눈에 반해 사업을 구상했다. 하지만 평생 일군 회사를 팔아 그 돈을 전부 쏟아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모두가 반대했다. 사업구상을 잘 몰랐던(?) 가족들만 빼고.

최근 남해에서 정 회장을 만나 인생과 사업 스토리를 들었다. 돈에 대한 생각은 간단했다. “죽을 때 많이 가지고 죽으면 억울할 것 같다”

차라리 후세에 기억될 만한 기념비적인 리조트 하나 남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물론 사업은 또 다른 재미였다. 그는 “사업도 하나의 과정이다. 세우고 일으키다 보면 재미가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오래 전부터 머릿속에 세계 최고의 리조트를 그려놓고 있었다. 한국에도 세계 부호들이 찾아올 만한 명품 리조트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자연스레 한국의 이미지 또한 높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정 회장은 요즘 주말마다 이곳에 내려와 세가지를 꼭 점검한다. 음식맛, 골프 코스, 리조트 상태다. 패션업 출신답다. 스스로 “내가 좀 꼼꼼하잖아요”라고 말한다. 리조트 음식맛을 보고 “유명한 요리사라도 영입했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신선했다. “서울이 요리중심이라면 이곳은 재료가 중심이다. 전복을 썰어도 두껍게, 고기를 썰어도 두껍게 썰어야 맛이 난다. 바로 ‘소재의 극대화’다. 2년반을 연구했고 이제는 서울에서 오는 이들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예사롭지 않은 통찰력이었다. 음식에 대한 접근처럼 그는 리조트 전체를 럭셔리로 일관되게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경제성보다는 완성도였다. 의자나 객실 비품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쓴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아직도 꽤 큰돈을 쓰고 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여기를 만든 게 부자들이 제대로 쓰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자는 생각에서였다”고 했다.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슈퍼리치들을 위해 리조트내에 최고급 빌라를 따로 만들고 있기도 하다.

바람대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슈퍼리치와 유명인들이 연이어 다녀갔다. 모두들 ‘세계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그의 해석도 걸작이다. “이런 곳이 드물지 않느냐. 보고 있으면 기분 좋으니까”

슈퍼리치들의 국내 소비는 국가경제적으로 봤을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자들이 맘 놓고 더 써야 소비가 늘고 경기도 살아난다. 해외부호까지 찾아오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이를 위해선 한국에 이들이 즐기고 쉬고 쇼핑할 만한 매력적인 공간들이 더 많아져야 함은 물론이다. 정 회장이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한 사업이 꼭 성공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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