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영민은 매일이 분주하다. ‘개그콘서트’(KBS2)와 ‘코미디 빅리그’(tvN)로 인기를 모았고, 공연과 방송을 넘나들며 활동한다. 대학(경기대학교 다중매체학부)에선 전자음악을 전공, 작곡 활동으로 먼저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지금은 포어클락(4 O’clock)으로 불린다. 2011년 설립, 5년차가 된 부산 윤형빈소극장은 대표이사 김영민과 함께 지역을 상징하는 코미디 공연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왜 이렇게 하는 일이 많아요?”
“예전엔 자존감이 낮았던 시기도 있었어요. 개그도 음악도 일등이 되기 힘들었고, 일등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죠. 하나에 집중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조언도 들었어요. 생각해보니 전 성과를 내기 위해서, 일등이 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가지고 있었던 작은 재능들, 춤ㆍ연주ㆍ밴드ㆍ개그ㆍ마케팅 등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이 극장 경영이라는 꿈으로 집약된 과정인거죠.” 방송 코미디가 주도하는 국내에서 공연 코미디 문화는 철저하게 소외됐다. 김영민은 지난 2011년 윤형빈과 함께 부산에 작은 씨앗을 뿌렸다. 두 사람이 가진 꿈이었으며, 김영민에겐 ‘인생의 완성’이었다.
“어찌 보면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일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개그와 밴드, 경영과 마케팅을 겸하는 대안 없는 경영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인력이 부족한 요즘은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시대잖아요.”
설립 5년차를 맞은 윤형빈소극장은 지난해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마침내 올해엔 서울로 진출했다. 부산에선 지난 5년간 일주일에 4편씩 매일 기본 공연을 올리고, 박성호쇼ㆍ옹알스ㆍ아삼인 등 다양한 특집공연을 편성했다. 해외 초청 공연까지 더해 일 년에 15편씩 무대에 올린다. 오픈 직후 고작 8명 밖에 되지 않았던 관객은 이제 140석을 꽉 채우는 부산의 명소로 거듭났다.
그 시간 동안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설립 2년차엔 경영이 만만치 않았다. 김영민은 당시 케이블 채널 tvN ‘비틀즈코드’를 비롯해 지방방송과 라디오 등의 출연료로 극장의 경영난을 메웠다. 기획팀과 함께 소속 연기자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홍보 활동을 했다. “가장 좋은 홍보는 재밌는 공연”이라는 생각으로 알찬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았다. 윤형빈 소극장에서 삼는 가치는 단연 ‘웃음’이다. “예술성, 교육성, 작품성, 기승전결을 관통하는 주제나 심의규정? 그런 건 없어요. 웃기면 장땡이죠.” 한 공연장의 대표이사가 이런 이야기도 한다. 그만큼 방송에서 하지 못하는 코미디를 자유롭게 열어준다는 이야기다. 김영민이 주인공이 돼 무대에 서는 ‘코미디몬스터 19’(연출 박성호)에는 맛깔나는 육두문자나 야한 이야기도 거침없이 나온다. 그렇다고 ‘원칙 없는 코미디’가 아니다.
홍대에서 인디밴드 활동을 하던 시절 “국가대표든 서울대생이든 뭐라도 자랑스러운 무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코미디 프로그램 ‘폭소클럽’(KBS2)을 찾았다. 음악과 성대모사가 어우러진 ‘화니지니’ 코너를 보고 김영민은 대본을 받아적으며 코미디 공부를 한 뒤, 방청신청으로 현장을 찾아갔다. 허술하기 짝이 없던 KSB 녹화현장은 천운이었다. 2주 만에 코너명은 ‘화니지니미니’로 바뀌며 김영민은 데뷔(2004)를 하게 됐다. 그 때 대기실에서 만난 사람이 김영민에겐 스승과도 같은 신상훈 작가였다. 신 작가의 인연과 교훈은 윤형빈소극장에서도 스몄다.
“99명이 웃어도 1명이 불쾌하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못 웃기고 말죠. 방송에서 하지 못하는 수위를 넘나들지만 그것이 기분 나쁜 욕이거나 성향이 있는 멘트, 특정 대상의 비하ㆍ 인신공격성 애드리브라면 철저하게 제재해요. 소속 연기자들이 그런 코미디를 올리면 많이 혼내요.”
일 년에 3명씩 뽑아 현재 9명의 개그맨이 소속, 지역 스타들을 양성하기에 김영민은 그 앞에서 전문 경영인이자 누군가의 스승이기도 하다.
올 들어 김영민은 윤형빈 소극장을 통해 분주하게 부산을 달궜다. 부산시청, 부산경찰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롯데 자이언츠와 이벤트를 기획해 선보였다. 청소년 경찰학교의 강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마치고 19일 수료증을 받는다. “폭력과 범죄를 미화하는 아티스트들도 있으니 경각심을 주는 아티스트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재능기부를 비롯한 각종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공연(해피아이)를 기획하게 된 것도 봉사활동의 결과물이었다.
“일을 할 때는 누구나 나름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고 생각해요. 돈도 벌면서 좋은 마음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그런데 제 일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음악개그를 위주로 하다 보니 제가 하는 개그와 음악이 청각장애인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는게 어느 순간 보이더라고요. 틈틈이 콘텐츠를 분류하고, 소리가 없어도 재미있을 만한 것을 따로 모아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어요.”
부산의 또 다른 젊은 예술가로 마술팀 매직큐를 이끄는 박준영 씨와 함께 김영민은 공연을 구성(마술, 몸개그, 댄스)했다. 청각장애인 관객들에게 이어플러그까지 제공하고, 영상을 통해 시각효과를 주는 “듣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공연이다. 당초 지난 6월 공연이었으나, 메르스 사태에 이어 폭염으로 연기돼 오는 9월로 다시 예정하고 있다. 노년층 관객이 많은 탓이다. “연예인들은 가식적으로라도 좋은 일을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쉬우니까요. 수화공연을 다니면 벌써부터 함께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요.”
그 마음은 최근 설립한 김영민 프로덕션으로 이어졌다. “부산의 착한 예술가들이 의미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뭉쳤어요. 부산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이상 의미있는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개콘’이나 ‘코빅’보다 더 큰 비전을 보고 가보려고요. 하하”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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