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예능가에선 아직도 소치 동계올림픽 풍자가 끝나지 않았다. 주말동안 방영된 총 네 편의 프로그램에서 소치 동계올림픽의 편파판정을 도마에 올렸다. 무대 위의 연기자들은 소치올림픽을 꼬집고 비트는 풍자개그로 과감한 ‘디스’전을 폈고,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시작은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이었다. 자메이카와 강원도 특집으로 웃음과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무한도전’에선 또 한 번 자막을 통해 소리없이 강한 직격탄을 날렸다. 방송에선 유재석과 박명수의 대화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을 자막으로 삽입했다. 게임 도중 유재석은 “1등은 정해져있다”고 말했고, 박명수는 이에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화답했다. 1등만을 기억하는 승자 독식사회에 대한 제작진의 항변은 소치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김연아 선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서 나왔다.
제작진은 ‘이쪽 방면으로는 김연아 급 입지’라며 ‘때로는 2등 은메달이 더 기억될 수도’라는 자막을 통해, 소치올림픽의 판정을 꼬집을 뿐 아니라, 사회의 축소판 같은 ‘무한도전’의 일등 지상주의도 지적했다.
같은 날 케이블 채널 ‘SNL코리아’는 작정하고 코너 하나를 만들었다. 지난해 모기업의 검찰수사 ‘SNL코리아’의 시사 풍자는 주춤했지만,새로운 시즌을 맞아 선보인 ‘소치 기자회견’ 코너에선 거칠 게 없었다.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국제대회의 편파판정 시비는 첫 출발하는 ‘SNL코리아’가 다루기 쉬운 소재였다.
코너는 소트니코바를 비롯해 두 명의 피겨심판이 금메달 이후 기자회견을 갖는 것으로 콩트를 꾸몄다. 피겨심판으로 출연한 정명옥은 판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김연아도 잘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가산점을 주는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우리의 기준은 재미, 실수, 반전 그리고 인간미”라고 답하며 나름의 근거를 전달했다. 이에 덧붙여 안영미는 “김연아는 너무 완벽해 정나미가 떨어진다”며 “사람이 할 수 없는 경기”라고 말로 피겨 스케이팅 판정을 비꼬았다.
‘소치 기자회견’의 백미는 소트니코바로 열연한 김민교가 갈라쇼를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터져나왔다. 김민교는 노란 깃발이 뒤엉키는 모습으로 우왕좌왕했고, 이 때 안영미는 다시 한 번 “얼마나 인간미가 넘치냐”며 “내 제자다”라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으로 코너를 마무리하는 소치의 재해석으로 방송 이후 내내 화제를 모았다.
2일 방송된 MBC ‘일밤-아빠!어디가?’의 제작진도 소치올림픽 디스에 합류했다.울림픽 중계를 마치고 금의환향한 김성주를 반기는 멤버들의 대화 아래로 제작진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전해졌다. 이날 아빠들은 올림픽 중계를 마치고 늦게 도착했던 김성주에게 점심식사를 만들 것을 요구했고, 김성주는 이에 “러시아 식으로 한 번 해줄게”라며 받아쳤다. 김성주의 발언 아래로는 올림픽 기간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던 편파판정을 적나라하게 꼬집으며 ‘편파적으로’라는 자막을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대미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총 세 개 코너가 장식했다. 2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고조쇼’에서 박성호는 “요즘 사람들이 개성이 없다. 사진을 다 ‘김치’히고 찍는다”며 디스의 시작을 알렸다. 라임으로 이어진 소치올림픽 디스였다. 이어 “총각들은 총각김치, 마른 사람들은 멸치, 김연아는 소치”라고 말한 박성호는 마지막으로 “피겨 심판들은 수치”라는 말로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조윤호는 자신을 공격하는 이동윤에게 “미리 예상했다는 듯 피하고 피겨심판 혼내듯 빡. 끝”을 외쳤다.
‘시청률의 제왕’에선 더 깊숙히 들어갔다. 이상훈은 한국인인 줄 알았던 출연자 한 명이 러시아 국적으로 밝혀지자, “개념없는 놈”이라고 말했고, 박성광은 멤버 중 한 명이 녹색 천을 휘두르다 버리고 떠나자 “안되니까 버리네요”라며 피겨 스케이팅 소트니소바 선수의 갈라쇼를 풍자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은 이미 지나갔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올림픽을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무대를 은메달로 마감한 김연아 선수의 경기 결과를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통렬하게 풍자되고, 거침없이 지적당한 올림픽의 편파 판정을 되새기며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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