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6월부터 순매도세로 돌아선 외국인들은 8월들어서도 계속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일차 원인이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기관들의 매도세에 기름을 붓는다. 바캉스 기간이 끝나는 8월 말 이후 외인들의 순매수 동향이 어디로 튈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8월들어 5거래일 동안 모두 2167억원 규모의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매수 우위를 보인날은 지난 4일 단 하루뿐이었고, 4거래일 동안 매도 우위였다. 외인들의 매도 우위는 추세다. 외국인들은 지난 6월 1조684억원, 7월 1조9328억원을 한국 증시에서 팔아치워 현금화했다. 기관 역시 7월 6527억원, 8월 1996억원어 가량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아시아 전반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에서 지난 6월과 7월 각각 53억6700만달러, 32억3900만달러 규모의 순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6월 이후 아시아 증시를 떠난 자금 규모만 86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6월과 7월엔 그리스 디폴트 우려와 함께 중국 증시 폭락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대형 이슈들이 즐비했다. 외국인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본격화 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의 매도로 가장 큰 주가 하락을 겪는 것은 대형주들이다. 지난 7일 기준 코스피 시장 대형주 주가 지수는 1823.89를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 1월 6일 이후 최하 수준이다. 대형주들의 경우 외국인 비중이 크고, 대형주들의 실적 역시 썩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형주 지수 자체가 휘청거린 것이다.
대형주들의 주가 상승도 단기간 내에 반등키 어렵단 분석이 힘을 받는다. 구조적 원인이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대비 원화 강세는 일본업체들과 경쟁하는 대형 수출주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가량 감소했고, 현대차도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6%나 줄어들었다.
‘형제의 난’ 우려 때문에 추락하는 롯데 그룹주와, 외국인들이 자주 지적하는 한국 재벌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역시 외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원인으로 평가된다. 또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출형경쟁 탓에 대형 조선주들의 주가가 연일 급락하는 것도 외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 증시를 떠난 외국인들이 ‘바캉스’를 끝내고 언제 돌아올 것이냐, 규모는 어느 정도 겠느냐가 관건이다. 일차 관건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다. 증권가에선 미국이 9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비농업고용자수 지표의 경우 예상치(22만5000명)는 하회했지만, 금리 인상을 늦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9월 금리인상은 사실상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를 인상하면 또한차례 ‘셀 코리아’ 러시가 몰려올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한국 증시 매수를 위해 자금을 원화로 바꾸는 순간 발생하는 달러 대비 환차손 때문이다.
중국 증시의 불안정성 때문에 외국인이 단기간 내에 순매수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에 중국 증시 변동성이 국내와 신흥국 증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분위기 반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이 빠진 자리를 메울 수 있는 투자 주체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수급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형주는 실적 모멘텀 약화 우려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외국인의 대형주 수급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관 자금은 중소형주로 몰리며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의 개선 조짐이 미약하다”며 “내부 모멘텀 부재로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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