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산행을 즐기는 K 씨. 지난 주말 지인들과 청계산에 올랐다가 큰 낭패를 당할 뻔했다. 이수봉 남쪽 기슭 8부 능선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산중 요기를 하는 산행객들 틈새를 비집고 작으나마 한자리 잡고 앉으려는 순간, 위쪽에서 어른 주먹보다 더 굵은 돌 두서너 개가 굴러 오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위를 쳐다보니 웬걸, 너럭바위 쪽에 대여섯이 둘러앉아 주거니받거니 식탐에 빠져 있고 그중 한 명이 자리를 옮기면서 발을 헛디뎌 받침 잔돌 몇 개가 굴러 떨어진 것이다.

더 아찔한 것은 바로 그 밑을 받치던 럭비공보다 더 큰 돌 몇 개가 해빙으로 돌출돼 막 굴러내릴 것 같은 상황이었다는 사실. K 씨와 일행은 곧바로 이를 주변에 알렸지만 몇몇을 빼고는 들은 체도 않거나 너나 잘하라는 식의 싸늘한 반응이 대세였다. ‘이런 것이 바로 안전 불감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브로 봄이다. 꽃샘추위는 잠복해 있지만, 어느샌가 코앞으로 다가온 봄이 특유의 향기를 풍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겨우내 잔뜩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한껏 펼치며 희망의 기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발산하고픈 때다.

그런데 걱정이 태산이다. 봄이면 유독 우리 주변에 크고 작은 사고가 잦다. 날씨가 풀리니 모든 것이 풀려버린 탓일까. 아니면 새싹과 꽃의 유혹에 마음이 엉뚱한 곳으로 쏠린 탓일까.

인적 사고든 물적 사고든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 사고다. 그렇지만 유독 2~3월엔 다양한 사고가 봇물을 이룬다.

특히 봄철 산행은 곳곳이 암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빙이다. 겨우내 잠에서 깨어난 산이 녹으면서 각종 ‘위험도구’를 뿜어내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앳된 젊은 대학생들이 희생된 참사 역시 안전사고의 전형이다. 지붕 위 눈만 제도로 관리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이맘때는 겨우내 얼어붙었다 녹으면서 지반이 융해되거나 낙석이 잦아 불의의 사고로 연결되기 쉽다. 특히 접착이나 고착된 물건들이 해빙과 함께 본체와 느닷없이 분리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도 툭하면 벌어진다. 기온이 높아지고 대기가 건조해지다 보니 산불 역시 주의보가 내려지는 게 요즘이다.

전문가들은 “생활 주변에 높은 지대와 경계를 두고 있는 곳에 대한 세심한 안전 점검이 요구된다”며 “특히 노후 건축물이나 석축, 그리고 옹벽이나 절개지도 눈여겨볼 대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순식간에 벌어지는 붕괴 사고도 뒤늦게 점검해보면 슬로비디오같이 전개됐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며 “침하나 균열 등 이상 징후를 보는 즉시 신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황해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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