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광화문을 마주하고 우측으로 가다보면 4m 가량의 높은 벽이 처진 땅이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7000㎡ㆍ1만1192평)다. 대한항공은 옛 미국 대사관 숙소부지였던 이 땅을 2008년 6월 2900억원에 사들였다.
워낙 높고 긴 담 때문에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부지는 녹색풀이 빼곡한 공터다.
7년간 닫혀 있던 이 땅의 빗장이 드디어 풀린다. 대한항공은 18일 “송현동 부지에 도심형 복합문화 허브인 ‘K-익스피리언스(Experience)’을 짓겠다”고 밝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숙원사업이었던 7성급 호텔 건설이 가로막히자 문화융합센터 개발로 대한민국 관광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현실적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측은 “송현동에 숙박시설(호텔)을 건립하는 것은 여러 여건상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숙박시설을 제외한 문화융합센터 건립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조 회장은 애초 송현동 부지를 7성급 한옥호텔로 만들어 각국 정상 등 주요 인사가 다녀갈 수 있는 세계 최고수준의 호텔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교 반경 200m이내에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현행법에 가로막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호텔 계획을 불허한 서울 중부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벌였지만 끝내 패소했다. 이런 와중 발생한 ‘땅콩회항’ 사태는 호텔 신축 무산에 쐐기를 박았다.
조성배 대한항공 상무는 이날 “(호텔부지를 남겨두지 않고) 1만1000평 전체 부지를 복합문화허브로 개발할 것”이라며 “문화 허브는 그룹의 모토와도 연결돼 정부가 역점을 둔 문화융성과 관광부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융합센터는 전시관과 공연장 등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건물로 지어진다. 2017년까지 1차 공정 완료를 목표로 한다. 대한항공은 경복궁, 한옥 북촌마을, 인사동 등 단절된 지역을 연결해 모든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호텔 건립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여건이 조성되면 언제든 호텔로 용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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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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