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계곡·야영장까지 장소 안가리고 사활건 판촉전쟁 10년째 소비량 답보 ‘제로섬게임’ 수입맥주 약진…10년간 6.6배 일제강점기 日업체가 첫 생산 광복70년 국산맥주 역사 80년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다. 입추(立秋)를 지나면서 더위가 약간 누그러진 분위기지만,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날씨에선 시원한 맥주 한 잔은 ‘휴식’라는 말과 같은 선상에 놓이게 된다.
퇴근길에 성에가 낀 맥주잔을 드는 것은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보상이다. 해변가 파라솔 옆에 놓아둔 아이스박스에서 캔맥주를 하나 꺼내 ‘칙~’하는 소리와 함께 마시는 캔맥주는 그 자체로 여름 휴가다. ‘가맥(가게맥주)’이라는 이름으로 슈퍼나 편의점 앞에서 마시는 맥주는 여유로움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그 외 치맥, 왕맥, 튀맥 등 다양한 안주와 함께 만들어지는 술자리에서 맥주는 빠져서는 안 될 약방의 감초로 자리잡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기 마련이다. 여름철은 맥주업계에는 최대 성수기. 연간 매출의 30% 이상이 6, 7, 8월에 발생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실제로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경우 맥주 관련 매출이 7, 8월이 들어가는 3분기에만 23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간 매출의 29.7%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맥주업체들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맥주전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강원도 계곡에서 야영장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필요해 보이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판촉전을 펼친다. 얼마전 전주 가맥 축제는 한 맥주업체의 후원 속에 성황리에 마치기도 했으며, 오비맥주가 지난 14일 처음으로 진행한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 축제에는 총 3만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여름철에 맥주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아마도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 인들이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 반복되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여름=맥주’, ‘겨울=소주’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계절에 따른 맥주 판매량은 크게 출렁이지만, 연간 판매량은 매년 비슷비슷하다. 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 맥주 출고량은 200만㎘로 집계됐다. 이는 10년전인 2002년 196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이런 까닭에 맥주를 포함해 주류 시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주종별로 한 쪽에서 많이 소비하면, 다른 쪽이 줄고, 한 회사의 판매가 늘어나면 경쟁 회사의 판매가 줄어드는 식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내놓은 우리나라 1인당 맥주 소비량만 봐도 제로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2007년 1인당 맥주소비량이 2.03ℓ였으며, 2013년에는 2.01ℓ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세계 보건기구(WHO)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음주소비량을 평균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알코올 소비량은 1인당 9.8ℓ(비공식 포함 12.3ℓ)로 1990년대 수준을 유지했다. 물론 지난 70~80년대 우리나라 알코올 소비량은 평균 15ℓ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제로섬 안에서도 승자와 패자는 분명히 나뉜다. 전체 맥주 소비량은 제자리 걸음이지만, 수입 맥주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맥주에 대한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맥주 수입액은 6.6배나 늘었다. 지난 2004년 1500만달러에 그쳤던 맥주 수입액이 2013년에는 9000만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액이 2003년 2억5000만달러에서 2013년 1억8500만달러로 30%나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맥주 주요 수입국은 일본, 독일, 네덜란드, 중국, 벨기에, 미국, 아일랜드 순이다. 일본의 경우 연간 수입량이 2만63t으로 2위인 독일(9019t)와 3위인 네덜란드(8493t)을 합쳐도 1위에 이르지 못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수입맥주는 매년 들쑥날쑥이다. 지난 6월 세계 맥주 페스티벌을 펼치기도 했던 홈플러스(1~5월 매출 기준)에 따르면 2014년에는 일본의 아시히캔맥주가 판매 1위였으나, 올해에는 독일의 파울라너캔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맥주 역사는 80년을 약간 넘었다. 지난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주)가 조선맥주(하이트맥주 전신)를 설립하고, 기린맥주(주)가 소화기린맥주(오비맥주 전신)를 설립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맥주가 처음으로 생산됐다. 광복 70주년에 마시는 국산 맥주의 목 넘김이 그리 부드럽지만은 않을 느낌이다.
박도제 기자/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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