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전문성만 강조하는 보좌는 잘못”
신입보좌진 교육위해 21년 경험정리 의원이 타성 젖지 않도록 늘 싸워야
국회의원 보좌관은 이름이 없는 사람이다. 의원의 이름으로 말하고 의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의원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취다. 자신을 내세워서는 안 되는 직업, 동시에 의원의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섀도우 파워(shadow power)’가 바로 보좌관이다.
최근 ‘보좌의 정치학’을 펴낸 이진수 보좌관은 1994년부터 21년 간 그런 삶을 살아왔다. 이 보좌관은 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개(犬)과여야 한다. 새로운 사람 만나고 지식을 얻는 것을 즐거워해야 하는데 난 그렇지 않다. 고양이(猫)과다”라며 “즐겁게 정치를 하고 싶었다. 의원을 통해 성취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체질에 맞았다”라고 말했다.
빈민운동을 하다 고(故) 제정구 전 의원과 인연을 맺었고 1994년 보좌진 생활을 시작했다. 김부겸 전 의원, 최근에는 최원식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고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김 전 의원을 돕기 위해 21년 보좌관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조만간 대구로 내려간다. ‘보좌의 정치학’은 그 동안의 삶을 정리함과 동시에 보좌관 후배들에게 남기는 선배의 선물이다.
신입 보좌진들 교육을 위해 정리했던 강의 내용이 책으로 출간된 배경에는 안타까움이 서려있다. 의원과 보좌관이 ‘형, 동생’하며 의리로 뭉쳐있던 관계가 점점 서로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처럼 변하는 현실 때문이다. 보좌관이 가져야 할 마음, 또 보좌관을 바라보는 의원이 한번쯤 생각해봐 주길 바라는 자세를 담았다.
이 보좌관은 “책을 읽은 한 후배가 ‘진수 형이 이 시대 마지막 낭만주의 보좌관’이라고 했다더라. 사실 난 현실주의자고 책에서도 보좌관들이 국회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현실적으로 쓰려고 했는데 그것을 낭만으로 받아들이더라”라며 “만약 그것이 낭만이라면 후배들에게 좀 낭만적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이 낭만을 운운하는 데는 사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회가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보좌진의 정책전문성이 중요해졌다. 석사, 박사 출신의 고학력자들이 인턴, 비서로 채용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정책만 하고 싶다”고 선을 긋는 경우도 많아졌다. 의원과 정치적 동지로 연을 맺어 국회에 발을 들여놓던 경우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이 보좌관은 “보좌진의 정책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정치는 실종됐다. 정책, 정무, 행정, 지역 등 포괄적인 보좌를 해야하는데 정책만 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책을 쓴 이유도) 이런 물길을 돌리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전문성만큼 의원과의 관계, 동료 보좌진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 덕목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보좌관이 일하는 곳은 일반 회사가 아닌 정치판이기 때문이다. 이 보좌관은 “정치라는 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의원과 보좌진 간의 의리와 애정 그 모든 것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낭만’만 담은 것은 아니다. 21년의 노하우로 보좌진의 직급에 맞는 ‘팁’도 제시했다. 비서는 일의 ‘경중완급’을 가리고, 비서관은 예측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며, 보좌관은 의원의 재선을 책임져야 하고, 참모는 의원이 타성에 젖지 않도록 늘 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의원들을 향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이 보좌관은 “솔직히 의원들이 이 책을 읽고 ‘내 팀을 짜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보좌진을) 빨아먹으려고만 하지 말고 신뢰를 주고 내 몸처럼 아껴주길 바란다. 그래야 재선도 하고 정치적으로 성공도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ㆍ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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