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 비판적 기사를 써온 언론사 기자의 이름과 소속 매체명을 살짝 바꿔 소설에 등장시킨 일베 회원이 모욕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7일 서울서부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일베 회원인 회사원 고모(33)씨는 일베 게시판에 ‘○○뉴스 ○○○ 기자가 일베 전문기자가 된 이유’라는 제목으로 본인이 쓴 소설을 올렸다.

고씨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말을 빗대어 “너는 기사가 후지다(좋지 않다)”, “내가 봤을 때 넌 재능이 없다”, “술 똑바로 처먹으라”, “저 더러운 기레기XX 욕 먹어도 된다” 등 욕설을 섞은 모욕적 표현을 게시했다.

고씨가 ‘○○뉴스 ○○○ 기자’라고 쓴 등장인물은 실제 언론사 기자 A씨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A씨는 그간 일베에 비판적인 기사를 여러 건 쓴 탓에 일베 회원들은 그에게 적대적이었다.

매체명과 이름을 살짝 바꾼 ‘○○뉴스 ○○○ 기자’가 A씨를 가리키는 것임을 금세 눈치 챈 일베 회원들은 고씨가 올린 게시물에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모욕적인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이런 사실을 안 A씨는 고씨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고 재판에 넘겨진 고씨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일베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써온 점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 일베 회원들이 많았고 고씨도 그런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일베 회원들은 소설 속 기자가 A씨임을 쉽게 알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씨가 소설 형식을 빌려 A씨를 경멸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고씨는 “해당 글은 A씨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창작활동의 하나로 소설을 쓴 것이어서 A씨에 대한 모욕행위로 볼 수 없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부지법 형사1부(부장 한영환) 역시 고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일베 회원들 간 관계, 고씨가 일베 회원으로서 올린 글의 내용, 글의 전체 취지와 구체적 표현 방법, 전체 글에서 모욕적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과 전체 내용의 연관성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에 대한 특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의 판단을 옳게 봤다.

이어 “고씨가 게시한 글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기에 모욕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설의 형식을 갖췄다 하더라도 표현 방식이나 전체적 내용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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