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달 달군 에딘버러 가보니…인터내셔널 등 총 12개 축제의 場기획자엔 대형 공연예술 마켓 대상국내선 ‘코리안시즌’팀·거리공연 7팀참가

8월 한달 달군 에딘버러 가보니… 인터내셔널 등 총 12개 축제의 場 기획자엔 대형 공연예술 마켓 대상 국내선 ‘코리안시즌’팀·거리공연 7팀참가 난타·점프·옹알스 외 성공사례 미미 참가의의 넘어 세계 판로 연결 기대

“에딘버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 곳의 문화, 사람들과의 소통, 다른 공연자의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와 감정이 커져갔어요. 올해 직접 경험해보기로 결심하며 마침내 이 곳에 왔죠.”(마용환ㆍ28)

한국에서도 버스킹을 통해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 마용환 씨는 지난달 28일 에딘버러 로얄마일 콜렉티브 갤러리 앞에 섰다. 하얗게 분장한 얼굴, 찰리채플린 복장을 한 채 ‘더 마트쇼’라는 이름으로 마술을 선보이는 한국의 젊은 공연자였다. 10여명 정도의 관객 앞에서 시작한 공연은 열기가 달아오르자 어느새 거리의 한 가운데를 장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온 이름 없는 공연자의 영상을 담기에 바빴고, 공연 이후엔 자연스럽게 관람료를 지불했다.

8월 한 달간 영국 에딘버러는 거대한 ‘축제의 도시’가 된다. 인터내셔널ㆍ프린지 등을 비롯해 총 12개의 축제가 열리는 에딘버러는 공연자들에겐 ‘꿈의 무대’이고, 기획자들에겐 콘텐츠를 사고 팔 수 있는 ‘대형 공연예술 마켓’이며, 페스티벌 관계자들에겐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다.

장르도 국적도 초월…‘꿈의 무대’ 에딘버러=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엔 전 세계에서 꿈을 안고 찾아온 아티스트들이 넘쳐난다.

올해에는 총 250개 극장에서 3000개의 공연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에딘버러 성부터 엘리자베스 여왕이 여름휴가를 오는 홀리루드 궁까지 이어지는 로얄마일을 가득 메운 거리공연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한국에선 ‘코리안시즌’으로 묶은 극장 공연이 다섯 팀, 거리공연자 일곱 팀 정도가 현지를 찾았다. 극장 공연으로 8월 중 들렀던 그외 한국팀도 두세 팀 있었다.

주영 한국문화원을 통해 국내 공연콘텐츠를 10년간 해외 무대에 소개하고 현재는 런던에서 카다(KADAㆍKorean Artist Development Agency) 크리에이티브 랩을 운영하는 전혜정 대표는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전 세계 공연자들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세 가지로 설명했다.

“아티스트의 공연에 대한 관광객의 반응이 즉각적이라 현장에서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도전의 기회”이고, “전세계 공연 관계자를 만나 평가받는 시장”이며, “이들의 제안을 통해 세계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옹알스는 지난 2009년 에딘버러에서의 거리공연을 시작으로 2010년, 2011년 씨베뉴(C Venue)에서 공연한 국내 논버벌 퍼포먼스팀이다.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기섭 등 네 명의 멤버에게도 이 곳은 기회의 땅이었으며, 실력 향상의 밑거름이었고,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쌓을 수 있던 출발점이었다. 옹알스의 경우 올해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메인극장 격인 ‘어셈블리’ 측으로부터 “극장을 대관해주겠다”는 이례적인 제안을 받았으나, 스케줄 등 여러 여건으로 현지를 찾지 못했다.

멤버 조준우는 수년 전을 떠올리며 “에딘버러를 찾은 첫 해 이후 공연에 없었던 내용이 세 가지 정도 추가되고, 조금 더 디테일한 기술들이 보강됐다”고 말했다. 최기섭은 “해외 관객의 시선에 맞게 현지화의 과정을 거치며 웃음 포인트를 찾았다. 내용의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멤버들의 호흡이 좋아지고, 연기력이 늘었다“며 ”여러 인종을 만나보니 그들의 특성을 알게되고, 해외 관객들과의 기싸움에 눌리지 않게 됐다”고 돌아봤다.

현지에서 3주째 거리공연을 진행한 마용환 씨에게도 에딘버러는 자신의 콘텐츠를 다듬을 수 있는 계기였다. 마용환 씨는 “한국에서만 해왔던 공연이라 문화적 코드가 맞지 않은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 정말 힘들었다”며 “ 이 곳에 와서 서양인들의 문화코드를 맞추는 작업을 거쳐 처음보다 나아졌다”고 전했다.

주최 측의 지명 형식, 즉 초청 공연만 무대에 올리는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는 달리 프린지의 경우 “축제에 등록된 극장에 공연단체가 공연을 신청한 뒤 극장이 결정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형식”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의 유래가 인터내셔널에 초대받지 못한 외국인 공연자들이 거리에서 자체 공연을 펼치며 시작됐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으며, 장르에 대한 구애도 없다.

다만 공연자에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곳이다. 짧게는 1주, 길게는 4주까지 공연을 선보이는 동안 개인 공연자든 극단을 끼고 있는 단체든 항공료ㆍ극장대관료를 비롯한 전 체제 비용을 본인이 부담한다. 극장 공연의 경우 수익은 “공연의 티켓 파워와 유럽 내의 인지도, 에딘버러 참가 경험이 있을 경우 리뷰 등을 근거하여 수입을 나누는 계약”(전혜정 대표)을 맺는다. 보통은 5 대 5이며, 티켓파워가 큰 공연은 6 대 4 정도다.

언제까지 꿈의 무대…“세컨 스테이지 고민 필요”=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장구한 역사(69년)과는 달리 국내 공연팀의 성과는 미미하다.

이 페스티벌엔 많게는 15팀의 한국 공연을 선보인 때도 있었다. 올해에는 문화업체 (주)에이투비즈가 어셈블리와의 협약을 통해 ‘코리안시즌’을 운영, 총 5개 팀이 프린지에 섰다. 에딘버러에서 선보인 ‘한국관’ 공연은 코믹매직쇼인 ‘로또’와 ‘원 파인 데이’를 제외하곤 제주 굿, 사물놀이, 한국무용 등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기에도 충분히 한국적인 공연이 주를 이뤘다. 지난 긴 시간에도 에딘버러 프린지에 참가한 한국공연의 성공 사례는 세 팀 정도로만 꼽힌다.

지난 1999년 ‘난타’가 처음 상륙해 선구자적 역할을 한 이후, ‘점프’(2005)가 전에 없던 성공을 기록하며 런던으로 진출했다. 그 뒤는 옹알스였다. 이들을 끝으로 한국팀의 의미있는 성과는 막을 내렸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냉정한 평가다.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현지에서 접한 ‘코리안 시즌’은 국내 언론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와는 달리 아쉬움이 많았다.

‘국가관’으로 묶어 선보이는 에딘버러 공연이 ‘한국의 대표성’을 갖지도 않는 데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프린지 페스티벌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혜정 대표는 “한국이라는 국가관으로 묶는 방식보다 좋은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선보이며 승부를 봐야한다”며 “영국 등 유럽의 정서에 예술로 국가브랜딩을 하는 사례는 환영받지 않는다. 프린지 페스티벌에 적합한 작품을 심사해 작품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리안시즌에서 막을 올린 ‘로또’의 경우 ‘점프’의 기획자와 배우들이 모여 만든 공연이다. 어셈블리 스튜디오라고 이름 붙인 250석 규모의 공연장에 섰으나 3분의 1도 객석을 채우지 못한 채 무대에 올랐다. 공연의 질도 문제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강조한 공연들의 경우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비출 수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지와 가장 적합한 콘텐츠였던 논버벌 코미디 매직쇼 ‘로또’는 엉성한 스토리와 여러 볼거리를 두서없이 뒤섞은 구성 등이 아직 실험 콘텐츠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이 짙다.

한국에서의 공연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 무대 진출의 꿈이 주어지고, 수많은 해외 공연자들을 만나는 기회가 됨에도 에딘버러를 찾는 한국 공연은 단지 참가에 의의를 두고, 그 이후 국내에서의 성과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씁쓸함도 지울 수 없다.

태권도를 소재로 한 논버벌 퍼포먼스 ‘점프’가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런던에서 3주간 장기공연을 했고, 옹알스가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별점 다섯 개의 평점을 받은 이후 해외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세계를 누비게 된 이후 주목할 만한 한국 공연의 성과가 없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공연은 유수 해외 페스티벌에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판로를 연결하지 못했다.

단지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산업적 문화소비 형태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과정”(전혜정 대표)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공연 콘텐츠가 판로를 확장할 수 있는 전문 기획자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전혜정 대표는 “시기적으로 웰메이드 작품이 필요한 때다. 에딘버러 프린지에선 ‘점프’ 이후 주목할 만한 콘텐츠로는 ‘옹알스’ 밖에 나오지 않았다. 두 작품 이후 한국 공연은 비슷한 포맷에 카피를 거듭하며 독창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내놓고 있다”며 “동시대 문화코드를 읽고 희노애락을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야말로 세계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이 곳을 발판 삼아 우리 공연을 어떻게 수출할 것인지, 세컨 스테이지에 대한 고민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딘버러=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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