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패권주의 청산 내걸고 의욕적 출범 활동기간 끊임없는 당내 반발·월권 논란 계파·패권의 뿌리는 더 단단해져… 9일 당무위·16일 중앙위가 분수령
“지금부터 계파와 패권은 없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은 지난 5월 27일 첫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처럼 계파갈등은 혁신위의 목표이자 존립 이유였다. 그렇게 104일이 지났다. 혁신위는 7일 ▷선거인단 100% 국민공천단으로 구성 ▷결선투표제 도입 ▷정치 신인 10% 가산점 ▷전략공천위 50% 외부인사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공천ㆍ경선룰을 발표하며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의 ‘일성’은 현실화하지 못할 공산이 커 보인다. 야심차게 내놓은 혁신안은 인정받지 못했고 계파와 패권은 뿌리를 더 단단히 했다. 혁신을 위해 투자한 100여일의 시간이 되레 더 큰 분열을 초래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1~10차 혁신안…곳곳에서 충돌=혁신위는 지난 6월 23일을 시작으로 10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발표했다. 과거 6개의 혁신위가 발표했던 혁신안을 토대로 실천 방안 수립에 무게를 두며, 매번 발표마다 당무위 및 중앙위 소집을 조건으로 걸었다. 구호에만 그치는 혁신을 지양하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선출직공직자 평가위 구성을 통한 현역 의원 평가 ▷평가 결과 하위 20% 공천 배제 ▷최고위 폐지 ▷사무총장제 폐지 ▷여성ㆍ청년 의무 공천 비율 상향 조정 등 평가 체제 구축 및 지도체제 변화와 같은 당내 현안부터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 ▷오픈프라이머리 반대 ▷의원정수 증대 논의 ▷선거연령 18세하향 조정 등 당 울타리를 넘어선 제도 개선안도 발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무총장제 폐지를 둘러싸고는 ‘근시안적 혁신’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최재성 의원의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당내 계파갈등 양상이 불거지자 사무총장제를 아예 폐지하고 그 역할을 5개 본부장이 나눠 맡게 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는데 결국은 최 의원이 총무본부장을 맡으며 ‘이름만 바뀐 꼴’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비주류 이윤석 의원에게 조직본부장을 맡기며 ‘탕평’을 시도했지만 최 의원이 조직본부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는 안을 제시하며 갈등이 불거졌고 현재까지 당무는 올스톱된 상태다.
월권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의원 정수 증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완전국민경선제를 두고 혁신위가 ‘김 대표 자신이 기득권 유지용’이라고 비판하며 여야가 대립하는 양상까지 보였다. 당론이 정해지기도 전에 혁신위가 오픈프라이머리 반대, 의원정수 증대 등을 주장하면서 당 내부에서도 혼란을 빚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혁신위가 당내 비주류와 정면으로 맞선 것도 갈등을 키웠다. 혁신위와 문재인 대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박지원, 조경태 의원 등의 관련 발언에 대해 “당의 혁신을 막는 막말”이라고 받아쳤고, 최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혁신위가 국민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고 비판하자 “무례하고 예의없다”고 맞섰다. “당의 이름으로 열매를 따 먹고 철새처럼 날아가려는 사람도 있다”며 박주선 의원 등 탈당파를 정면 비난 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에게 시간벌어주기용이었다. 계파갈등을 다룰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친노 위주로 구성된 혁신위가 계파 갈등을 다룬다고 하니 비노계 의원들 입장에서 보면 패권주의 강화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16일 중앙위 분수령…범친노도 “이대로는 총선 어렵다” 인식 확산=당 내부에서는 혁신안 의결을 위해 소집될 9일 당무위, 16일 중앙위가 새정치연합의 앞 길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주류는 7일 혁신안 내용 및 여파를 지켜본 후 혁신위 활동 종료를 기점으로 ‘혁신 실패’를 내걸고 주류와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비주류는 중앙위 이후, 추석 이전을 중심으로 움직임을 가시화 한다는 입장이다. 갈등 국면은 재보선 이후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이대로는 어렵다’는 인식이 비주류 만이 아니라 당내 중도노선으로 평가받는 범친노계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세균계 등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최근 회동을 이어가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6일 중앙위 전후로 구체적인 입장을 내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친노계 핵심 의원은 7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금의 지도부가 너무 형편 없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원들도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상황이 심각하다.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라며 “(당을) 엎어버리자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 그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ㆍ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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