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20여개월 만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한 북한의 몽니 부림이 거세지고 있다.

대북전단(삐라) 살포 등을 빌미로 이산상봉 무산 가능성을 시사했던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비난하며 이산상봉이 위태롭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9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집권자가 밖에 나가 동족을 물고뜯는 온갖 험담을 해대는 못된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유엔 무대에서 또다시 동족대결 망발을 늘어놓았다”면서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헐뜯다 못해 평화통일의 미명하에 외세를 등에 업고 흡수통일을 실현해보려는 야망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담화는 특히 “이것은 우리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며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를 망쳐놓는 극악한 대결망동”이라면서 “모처럼 추진되고 있는 이산상봉도 살엄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라고 위협했다.

담화는 또 “지금처럼 대결 악담을 늘어놓는다면 판이 완전히 깨질 수도 있다”고 말해 8ㆍ25 합의 무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북한은 2013년 9월 추석 계기 이산상봉 때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내세워 불과 나흘 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작년 2월에도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험로를 겪게 한 전례가 있다.

이산상봉을 고리로 한 북한의 몽니는 점차 강도가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은 앞서 탈북자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대외선전용매체 우리민족끼리 편집국 명의의 글에서는 “동족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고취하는 너절한 삐라장들이 날리는 하늘 아래서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이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느냐”며 이산상봉 무산 가능성만을 시사했다.

또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 중인 북한인권법과 관련해서도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오랜 세월 갈라져 사는 가족, 친척들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우리의 뜨거운 민족애과 적극적인 노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언급하는데 그쳤다.

다만 북한이 이산상봉의 위태를 운운하면서도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아닌 조평통 대변인 담화 형식을 띠고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실명비난이 아닌 ‘남조선집권자’로 지칭하는 등 나름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판을 완전히 깨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남북 8ㆍ25 합의사항이자 인도적 사안인 이산상봉까지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다는 등의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산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문제를 정치군사적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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