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기 부기장 이상행동 자살 비행 여부도 관심사로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를 조종한 부기장의 과거 ‘기행’이 드러나면서 사고 원인이 테러에서 조종사의 자살시도나 과실, 기체 결함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12일 호주언론에 따르면 실종기 부기장 파리크 압둘 하미드(27)는 2011년 12월 푸켓에서 쿠알라룸푸르로 비행 도중 조종실로 금발 여성 2명을 태운 채 비행한 전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동석한 여성 중 한명인 존티 루스는 호주 TV방송에 출연해 “친구와 막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승무원이 다가오더니 우리를 조종석으로 초대했다”며 “조종사들은 비행시간 내내 조종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증언했다.
호주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는 하미드 등을 ‘플레이보이 파일럿’ ‘조종석의 카사노바’ 등으로 지칭하며 이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상세히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종실 보안 절차가 강화돼 이같은 행위는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항공기 사고 중 조종사의 고의성 과실로 논란이 된 사고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 이집트항공 여객기와 1997년 실크에어 여객기 사고다.
1999년 이집트항공 990기는 존 F 케네디 공항 이륙후 난터켓섬 인근 상공에서 폭발했다. 승객과 승무원 등 217명이 모두 사망한 이 사고의 원인은 이집트인 조종사 한 명의 ‘자살 비행’으로 결론 지어졌다.
기내 음성기록장치(CVR)을 분석한 결과, 추락 직전 항공기 조종사 가밀 알 바토우티(당시 59)가 혼자 조종실에서 “나는 결정했다. 나는 신께 맡긴다. 알라는 유일신이며 모하메드는 그의 예언자”라고 기도문을 암송한 것이 단서가 됐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바토우티가 기도 직후 ‘한 버튼을 두번’ 눌러야 꺼지는 자동 비행장치가 멈췄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이집트 측은 ‘음모론’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미국이 추락원인이 보안상의 문제거나 보잉사 767기의 결함으로 밝혀지자 보상금 때문에 이를 은폐하려 왜곡된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다. 바토우티 일가족도 “이슬람교에선 자살을 금한다”며 “기도문은 이슬람교 조종사들이 일정 고도에 올랐을 때 일상적으로 암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조종사의 자살 비행으로 매듭지어진 사고가 기체결함으로 번복되는 일도 있었다. 1997년 12월 19일 자카르타를 떠나 싱가포르로 향하던 실크에어항공 보잉 737기는 이륙 35분 만에 광활한 무수강 물 속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 97명과 승무원 7명 모두 숨졌다.
NTSB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동원해 이번에도 자살 시나리오로 귀결지었다. 도박 빚에 쪼들리던 기장 추 웨이 밍(당시 51세)이 고의로 추락사를 냈다는 것이다. 실크에어 측은 승복할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별다른 근거도 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사고는 보잉 737의 자동제어장치 밸브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대반전을 연출했다.
천예선 기자/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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