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합의 위반’, ‘합의 정신 훼손’ 연일 쏟아져 나오는 비난은 노사정 대타협 후속조치를 둘러싼 갈등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예견됐던 일이란 지적도 나온다. 예산안 제출, 국회 입법 등 시한에 떠밀려 도출해 낸 합의문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정부와 여당이 정기국회 일정을 빌미로 입법화에 속도를 내자 노동계는 ‘충분히 협의한다’는 노사정 합의에 위반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는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개별사안을 일방적으로 해석해 대타협의미를 깎아 내려서는 안된다”며 정부의 일방적 입법 추진이 노사정 합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합의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노사정 간 시각차만 다시 확인했고, 노사정 합의 정신마저 실종되면서 대타협이란 말이 무색해져 버렸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추석 이후의 노사정 행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일반해고 지침, 비정규직 문제 등 개별 사안에 묶여 이견만 확인했다면 추석 이후에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걸맞게 노사정 모두 합의문의 내용을 보완하고, 구체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여 한다는 것이다.
실제 노사정 합의문을 보면 청년고용과 관련해 ‘노사정은 청년고용의 공간을 확대하여 세대 간 상생고용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적극 노력한다’고 돼 있다. 기업이 몇 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어떻게 청년과 장년 간 상생 고용을 할 지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노사정은 상시ㆍ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가급적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인건비 절감만을 이유로 한 비정규직 남용은 억제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다. 이 같이 강제력도, 방식도 없는 내용만 갖고서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합의문에는 당사자인 청년, 비정규직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데다 구체화된 것이 없다보니 합의 주체들의 해석도 제각각”이라며 “합의문을 보완하지 않고서는 갈등 국면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사정이 노동개혁의 방법과 절차 등을 정확히 공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입법을 추진하고, 지침을 제시해 충돌이 생기는 것”이라며 “당정이 연내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추석 이후부터는 노사정 간 이해와 동의가 전제된 방법과 절차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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