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 19일 신용보증기금 신입직원 채용의 전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평가’가 예정됐던 오후 6시. 8000여 명의 지원자는 한바탕 대소동을 겪었다. 시험 시작 10여분이 지나도록 평가 페이지에 접속되지 않았던 것. 결국 30분까지였던 시험은 45분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45분이 되기 직전 급하게 제출 버튼을 눌렀던 양지수(가명ㆍ26ㆍ여) 씨는 “온라인 평가 기간이 아닙니다”라는 팝업창이 뜨고 백지상태가 되어버린 페이지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양씨는 “담당자에게 전화해 보니 서버에는 문제가 없고 본인 책임이라고 해서 화가 나고 황당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직원채용 절차 가운데 온라인 상에서 인ㆍ적성 검사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편의성이나 비용절감 측면에서 계속 확대되는 분위기지만, 불안정한 시스템과 시험 감독자가 없다는 허술함에 공정성 문제까지 비화하는 상황이다.

특히 신용보증기금, 한국마사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과 같은 공기업들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도입하면서, 학점이나 토익 등을 반영하지 않는 대신 간단히 치를 수 있는 온라인 평가를 도입하는 추세다.

한국마사회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실시하는 온라인 평가는 ‘스펙초월 소셜리크루팅전형’으로도 불린다. 지난 2월 마사회의 온라인 시험 당일에도 유사한 접속 장애가 발생해 결국 전형이 중단되고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농협, GS리테일, P&G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도 온라인으로 인성 혹은 적성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사실상 하나의 ‘거름 장치’에 불과하고 변별력도 떨어지는 온라인 평가에 수험생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의 온라인 인성검사를 치러본 적이 있다는 김모(26ㆍ여) 씨는 “처음 해보는 온라인 평가라 걱정했는데 막상 시험을 보니 ‘사과와 배 중에 무엇이 좋으냐’를 묻는 뜬금없는 질문도 있었고, ‘학창시절에 부모님이 깨워서 일어났는지 아니면 스스로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났는지’를 묻는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도 있어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평가의 공정성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원자 두세 명이 같은 장소에 모여 문제를 확인하고 상의해서 문제를 풀거나, 옆에서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 시험을 치러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

지원자들은 “심지어 대리 시험을 쳐도 모른다”며 입을 모은다.

실제로 취업준비생 김주환(가명ㆍ25) 씨는 지난해 한 사기업 온라인 평가 당일 대학 같은 과 동기와 학교 도서관에서 “노트북 두 대를 같이 놓고 평가를 치렀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평가를 실시하는 인사팀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알지만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공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시험 전 본인확인 절차만 있고 응시자가 혼자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는 따로 없다”라며 “부정 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그렇게 따지면 자기소개서도 대필 가능성이 있으니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음 단계인 필기 전형에서 걸러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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