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문화생활이요? 영화 한 편도 겨우 봐요”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지난해 1월부터 지정된 이 날에는 전국 주요 영화관ㆍ공연장ㆍ미술관 등에서 할인행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경복궁ㆍ창덕궁 등 4대궁과 종묘 등도 무료로 개방된다.
그러나 직장인들 상당수는 “문화가 있는 날은 고사하고,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문화생활을 즐길 시간적ㆍ심리적 여유가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의류회사에서 일하는 유모(27ㆍ여) 씨는 지난 7월 본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영화관 문턱에도 가지 못 했다. 주말에도 시장조사 등 일이 많아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해도 틈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9시, 10시 퇴근이 일상이라 평일에는 집에 와 잠자기 바쁘다”며, “늘 피곤에 쩔어있다보니 주말에도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 외엔 진득하게 앉아 뭘 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양모(27ㆍ여) 씨도 평소 오후 7시면 ‘칼퇴근’을 하지만,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
양 씨는 “출퇴근 시간이 왕복 2시간 가까이 돼, 집에 가면 8시”라면서, “2시간짜리 영화도 부담스러운데 공연이나 미술 관람은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3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4%(복수응답)가 ‘정시 퇴근이 어렵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하고싶은 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없다’라기 보단 ‘못 한다’는 표현이 정확한 셈이다. ‘회사 생활만으로 피곤해서’라는 응답도 56.6%였고, ‘돈이 없어서’를 꼽은 응답자도 29.6%나 됐다.
문화생활은커녕 집안에만 틀어박힌다는 사람들도 적잖다. 실제 퇴근 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을 묻자, 응답자의 42.4%(복수응답)는 ‘집에서 혼자 휴식한다’고 답했다.
그러다보니 직장인들 10명 중 7명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까지 내몰리는 실정이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 신체적ㆍ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증,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취미생활 등 심리적 공백을 메워줄 다른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조언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적ㆍ정신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이 취미를 갖는 일은 쉽지 않다.
직장인 배모(30) 씨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 문화생활도 즐기지, 야근이 일상인데 ‘문화가 있는 날’을 누릴 수 있겠느냐”며,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삶의 질도 올라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31) 씨도 “여유가 생기고 숨통이 트이면 업무 효율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기업 및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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